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발이 묶인 유조선을 위해 자국 해군을 동원하기로 하면서다. 지지통신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 일본 정부가 검토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자위대를 파견하기 위해선 법적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근거법으로 살피는 것은 안전보장관련법이다. 일본이 직접 공격받고 있지 않지만 방치할 경우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중요 영향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방위성에 따르면 중요 영향 사태 안전확보법에 따라 일본은 후방지원 활동을 하거나 수색·구조 활동, 선박 검사활동에 나설 수 있다. 단 외국 영토에서의 대응은 해당 국가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데, 실제로 전투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에선 활동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이번 이란 공습과 관련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또 다른 조항은 ‘존립 위기 사태’다. 무력공격사태 대처법에 따르면 일본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일본의 존립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자위대를 동원한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할 수 있다. 내각(국무회의) 결정과 국회 승인을 얻어야 자위대 동원이 가능하다. 과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2015년 안보 관련 법률 개정과 함께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예로 든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기뢰로 봉쇄돼 원유가 일본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 일본 경제와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국가 존립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베 계승’을 내세우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는 이란 공습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오는 19일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직접 논평을 피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한 질문에 선을 그었다. “현시점에서 안전보장 관련 법에 근거한 중요 영향 사태,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총리 관저 관계자도 지지통신에 “존립 위기 단계는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고 해서 국민 생활이 이뤄지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방위성설치법이 정한 조사 연구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2020년에 호르무즈해협에 경비함과 초계기를 보냈던 일을 거론하기도 한다. 자위대법에 따른 해상 경비 행동의 일환으로 일본 선박을 호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외무성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이 위험한 장소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원 요청은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 해협 봉쇄를 존립 위기 사태 상정 사례로 든 것과 달리 이번엔 신중하게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