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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 자르면 안전" 암 수술 길잡이 AI 개발한 국내 연구팀

중앙일보

2026.03.0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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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수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사진 왼쪽)가 AI 기반 3D 수술 계획 플랫폼 리버라이즈(Liveraiz)를 활용해 간이식 환자의 수술 과정을 의료진과 상의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수술실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연구팀이 로봇 유방암 수술에서 AI가 수술 중 ‘안전한 절제 경계’를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유재민·박웅기 교수, 이식외과 유진수·오남기 교수 연구팀은 로봇 유두보존 유방절제술에서 AI가 안전한 절제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고, 다른 병원 데이터로 성능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유럽외과종양학회 학술지(European Journal of Surgical Onc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로봇 유두보존 유방절제술은 겨드랑이 부근에 작은 절개를 한 뒤 로봇 팔을 넣어 유두와 피부는 그대로 두고 유방 조직만 제거하는 수술이다. 가슴에 큰 흉터가 남지 않아 환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로봇 수술은 ‘촉각’이 전달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일반 수술에서는 손끝 감각으로 조직 경계를 파악할 수 있지만, 로봇 수술은 화면에 보이는 영상에 의존한다. 특히 피부 바로 아래의 지방층과 유선 조직 경계를 정확히 가르는 게 어렵다. 너무 얕게 절제하면 유방 조직이 남을 수 있고, 너무 깊게 절제하면 피부로 가는 혈류가 줄어 피부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AI 영상 분석으로 풀었다. 수술 중 촬영되는 영상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방층과 유선 조직의 경계, 즉 ‘안전한 절제면’을 화면에 표시해준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하듯, AI가 집도의에게 절제 경계선을 시각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시행한 로봇 유방절제술 29건 영상에서 1996개의 프레임(정지 화면)을 뽑았다. 유방외과 전문의들이 각 프레임에서 안전한 절제면을 직접 표시했고, AI는 이를 학습해 수술 영상에서 절제면을 자동으로 인식하도록 훈련됐다.

성능은 내부 검증에서 정확도 지표(DSC) 74.0%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창원병원에서 시행한 8건의 수술 영상으로 외부 검증을 했더니 70.8%로 비슷한 성능을 보였다. 다른 기관, 다른 집도의의 수술 영상에서도 AI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유재민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교수가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같은 연구팀은 지난해 복강경 생체 간이식 수술에서도 AI 내비게이션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3개 기관(삼성서울병원, 명지병원, 영남대병원) 48건의 수술 영상을 분석해 간 주변 혈관 구조와 안전한 박리면을 AI가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연구로 적용 범위가 간에서 유방 수술로 넓어진 것이다.

유재민 교수는 “로봇 유방절제술에서 AI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고 다기관 외부 검증까지 완료한 최초의 연구”라며 “AI가 수술 중 실시간으로 안전한 절제면을 안내해 수술의 정밀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수 교수는 “간 이식 수술에 이어 유방암 수술까지 AI 내비게이션 적용 범위를 넓혔다”며 “향후 다양한 최소침습 수술에 AI를 접목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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