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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유럽’ 우대, 中 견제수위 높인 EU…K배터리엔 기회

중앙일보

2026.03.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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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체코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출고 대기하고 있다. EU가 공개한 산업가속화법안(IAA)이 통과될 경우, 현대차의 유럽 내 투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4일(현지시간)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 가속화 법안(IAA)을 발표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산업 분야의 공공조달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메이드 인 유럽’을 우선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EU가 사실상 중국에 맞서 산업 보호 장벽을 높이는 방향이라 K배터리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4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IAA 최종안에 따르면 ‘EU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산업별로 EU 역내 생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차 부품은 70% 이상이 EU 내에서 조립돼야 보조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AA는 앞서 미국이 중국에 맞서 자국 친환경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취지가 비슷해 ‘유럽판 IAA’로도 불린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드라기 보고서’에서 출발한 IAA는 보고서 내용대로 EU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불과한 제조업 비중을 20%까지 높이고,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해소하는 게 목표다.

국내 자동차, 배터리 업계는 IAA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건은 EU산을 어디까지 인정해주느냐다. 일단 법안 최종안에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도 EU 원산지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한국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EU 역내 생산 조건을 포함했기 때문에 입법 과정을 더 지켜봐야 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FTA 체결 국가는 EU산으로 인정해주지만, 유럽 내 생산 조건이 붙어있어 한국산이 곧 EU산으로 인정되는 구조는 아니다. 산업별로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위원회 본부에서 산업가속화법안(IAA) 최종안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U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중국은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IAA는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산업별로 점유율 40% 이상인 국가의 기업은 유럽에 투자할 경우 엄격한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글로벌 점유율 40%를 넘는 국가는 중국 뿐이다. 중국이 유럽에 생산시설만 두는 방식으로 IAA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이중 장벽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K배터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만 해도 한국의 유럽 배터리 점유율은 80%에 육박했지만, 중국산 저가 배터리가 대거 침투하면서 점유율이 30%대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IAA로 유럽 자동차 업체의 배터리 공급망이 재편될 경우 K배터리가 파트너 역할을 차지하면서 점유율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유럽 내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역내 생산 조건을 맞추기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역내 생산 조건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주력 상품인 아이오닉5, EV6 등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현재 법안대로 통과될 경우, 유럽 현지 투자를 늘려야 하는 부담이 커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EU 회원국간 의견 차이가 크기 때문에 향후 법안 통과 과정에서 수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IAA를 주도하는 반면, 독일은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중국이 IAA에 대한 보복 조치를 시행할 경우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 업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은 전기차 생산지와 관계없이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EU가 역내 생산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상호주의에 위배된다.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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