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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친 자 핵 가지면 나쁜 일"…이란 친 美, 김정은 겨냥 연타 경고

중앙일보

2026.03.05 00:08 2026.03.0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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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 미국과 동맹, 우리의 이익을 위협하려 하거나 우리 결심을 시험하려는 자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당신들에게 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우리는 전투를 지속하면서도 또 다른 전투를 치를 수 있고, 결국 승리한다. "

지난 2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과 댄 케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대이란 공습인 거대한 분노(Epic Fury) 작전과 관련해 연 첫 공동 브리핑. 케인 의장은 모두발언 말미에 돌연 회견의 청자를 기자단이 아닌 ‘불특정 적들’로 전환했다.

그는 비장한 어조로 “미 중부사령부 전역에서 주요 전투 작전을 계속하는 동시에 미국은 전세계 어디서 일어나는 비상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란에 대한 승전 의지를 과시하며 안보 공백은 없다고 강조한 건 북한·중국·러시아 등 반미 연대국에 보내는 ‘섣불리 준동하지 말라’는 메시지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 및 핵시설 타격이란 초유의 군사 작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 수뇌부에서는 북한을 겨냥한 우회적 경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있어 이란의 쌍둥이 같은 존재인 북한에 대해 핵무기와 관련한 오판은 금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미친 사람들이 핵무기를 가지면 나쁜 일들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만, ‘불법 핵 개발국’인 김정은 정권을 동시에 겨눴다는 말이 나왔다.

헤그세스 장관 역시 같은 날 브리핑에서 ‘이란과 핵 개발에서 협력하는 북한은 이란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우리는 이란의 핵 야망을 처리할 예정이며, 그 과정에서 충분한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란 타격 작전 자체가 미국을 핵으로 위협하지 말라는 간접적 대북 경고란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트럼프의 새로운 국방 전략 설계자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도 연일 선명한 대북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는 4일 미국외교협회(CFR) 세미나에서 ‘60여개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대해 미국은 왜 언급하지 않나’란 질문을 받고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언급한 적 있으며, (불법 핵 개발)그 문제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한국과 매우 긴밀한 동맹을 유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또 전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선 북한과 러시아를 미국의 “분명하고 주요한 실존적 위협(clear major existential threats)”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 1월 발표된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을 보면 러시아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제 의도가 약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의 기본 구조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우리(미국)의 전반적 전략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NDS에는 과거와 달리 ‘북한 비핵화’ 언급이 빠져 북핵을 소홀히 다룬단 지적이 있었지만, 이런 의혹에 고위 당국자가 처음으로 명확히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지난 4일 미국 워싱턴 펜타곤 브리핑룸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왼쪽)과 댄 케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공동 브리핑을 열었다. 연합뉴스

물론 미국이 이란 타격 모델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트럼프 스스로도 북한을 종종 ‘핵 능력 보유국’이라고 칭할 정도인 만큼 섣부른 군사 옵션은 미국 입장에서도 핵 보복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이미 이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핵 억제력을 갖추고 있고, 동북아에는 이란 공습을 곁에서 강하게 추동한 이스라엘 같은 존재도 없다”고 진단했다. 콜비 차관 역시 4일 “백악관은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며 여전히 북한에 대해선 대화 여지를 열어 뒀다.

다만 미국이 이란이 시간 끌기용 협상을 하며 뒤에선 핵 개발을 계속했다는 이유로 공습을 감행한 마당에 북한에만 관대한 잣대를 적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사태 이후로 북·미 간 북핵 협상의 난도가 한층 올라갔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지휘부 제거 작전까지 불사하며 이란을 때리는 상황에서 훨씬 더 오랜 기간 반미 기조를 유지하며 핵을 고도화한 북한에게 계속 유화적인 정책을 취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또 “아무리 트럼프가 김정은과 개인적 관계가 좋다고 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큰 미 국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계속 대화를 거부할 경우, 트럼프 1기 때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과 무력 시위로 회귀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에서도 이번 사태를 민감히 주시하는 기류가 크다. 참수 작전 직후인 지난 1일 외무성 담화 형식을 빌려 이란전을 “철두철미 불법 무도한 침략행위”로 규정했지만 트럼프를 직접 거명하며 비난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초기 담화 이후 오늘(5일)까지 후속 반응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는 것 자체가 북한 수뇌부도 그만큼 이번 사태에 두려움을 갖고 미국의 다음 행보를 신경 쓰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윤지원.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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