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만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이자, 송 전 대표의 옛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에서 출마 선언을 한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정 대표를 면담한 지 9일 만이다. 여권의 관심이 송 전 대표와 김 전 대변인 간 계양을 재보궐 출마 교통정리에 쏠려 있지만, 이날 만남에서는 공천과 관련한 유의미한 대화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만남은 국회 본청 2층 민주당 대표실에서 1시간가량 이뤄졌다. 정 대표는 면담 뒤 대표실 밖까지 나와 송 전 대표를 배웅하면서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고 복당을 환영한다.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수고가 많으셨다”고 짧게 답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복도를 빠져나갔다. 건물 밖으로 나온 송 전 대표는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하다가 “4년 만에 온 것 같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당 대표실에 걸린) 임시정부 그림을 제가 대표 때 걸었다고 했다. 그걸 정 대표도 몰랐더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정 대표와의 면담 후 주변에 “(이제) 나는 평당원”이라면서 “내가 갑이 아닌 을인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 그저 경청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화 시간은 짧지 않았지만, 실제 공천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애써 피해 가는 분위기였다는 것이 배석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면담에 배석한 권향엽 조직사무부총장은 “송 전 대표가 누차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출마 지역구나 재보궐 선거에 대한 논의는 따로 없었다”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덕담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면담은 지난달 26일 송 전 대표 복당 의결 이후 정 대표와의 첫 대면이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면담 전 CBS 라디오에 나와 “정청래 대표가 ‘당원이 주인이 되는 당’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경우에 따라 전략공천이나 정치공학적 판단으로 바뀌기도 한다”며 “원칙에 따라 당이 결정하면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무죄 판결 후 줄곧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송 전 대표는 주소지를 계양을로 옮기며 옛 지역구 복귀 의지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과 송 전 대표가 지난 2~3일 하루 차이로 계양구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두 사람 간 경쟁 구도는 더욱 뚜렷해졌다.
김 전 대변인이 정치 신인인 점을 고려해 당내에서는 “송 전 대표의 인지도가 높은 만큼 활용 폭을 넓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송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계양을은 송 전 대표 정치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겼다”며 “이를 포기하는 것은 당원에 대한 배신에 가깝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정 대표와의 면담 뒤 SBS방송에 나와 "저는 계양구에 있을 것이다"며 "무엇이 과연 이재명 대통령과 우리 당에 도움이 되는지 당이 결정하라는 것"이라며 지역구 수성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경남지사 후보로 김경수 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단수 공천했다. 김 전 위원장은 8년 만에 경남지사 재도전에 나서게 됐다.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의 ‘황태자’로 불리며 김태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만 50세의 나이로 경남 최초의 민주당 소속 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 직후 ‘드루킹 댓글 조작 특검’ 사건에 휘말려 구속됐고,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지사직을 상실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공천 발표 뒤 “어떤 이유로든 끝까지 지사직을 완수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죄송스럽다”며 “경남 발전에 헌신하는 것이 도민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