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여파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관광객 36명이 대만 타이베이를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에 5일 오후 도착했다. 이들은 지난 2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현지 공항 폐쇄와 결항 사태가 이어지면서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지난 4일(현지시간) 오전 4시 출발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이날 오후 4시 2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만난 김연숙(65)씨는 “두바이서 출국하기 전날 오후 11시쯤 호텔 바로 앞 강가에 미사일이 떨어져 ‘쾅’ 하는 소리가 크게 났다”며 “6·25전쟁도 안 겪어 봤는데 이런 일은 인생에서 처음이다. 두바이에 있는 내내 앰뷸런스나 비행기 하나만 지나가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두바이를 다녀왔다는 김씨는 “(귀국하니) 모든 걸 다 얻은 것 같다. ‘살아도 여기서 살고 죽어도 여기서 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돌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온 관광객들은 공습 당시 상황을 취재진에 생생하게 전했다. 아내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는 김재성(70)씨는 “시도 때도 없이 공습 사이렌이 울리고 거리엔 구급차가 계속 오갔다”며 “두바이서 나오는 비행기를 탄 뒤에도 한참은 무서웠다. 오만을 지나 인도까지 와서야 ‘아 이제 좀 벗어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학중(66)씨는 “공습경보도 없었는데, 갑자기 ‘쿵’ ‘쾅’ 하면서 폭격이 이뤄졌다”며 “어릴 때 한강서 국군행사를 하면 이런 폭격 소리를 들었었는데, 그때가 생각나면서 공습인 걸 알았다”고 말했다.
항공편이 지연되자 불안에 떨었단 목소리도 나왔다. 딸과 두바이를 찾았다는 문미향(57)씨는 “(한국에) 못 올까 봐 너무너무 무서웠다. 경유지인 대만 타이페이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심이 되면서 기쁘게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윤대희씨는 “현지에선 호텔에만 있어서 안전하긴 했지만, 항공편이 계속 지연되자 한국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며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 55분엔 두바이에서 출발한 한국인 관광객 39명이 추가로 도착할 예정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여행사 패키지 상품 등을 이용해 두바이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 525명 중에서 415명이 항공편을 확보한 상태다. 이 가운데 하나투어 36명, 모두투어 39명, 참좋은여행 16명, 여기어때투어 23명 등 총 114명이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으로 두바이를 빠져나왔다고 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두바이 체류 여행객을 중심으로 여러 노선을 통해 귀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당장 내일과 모레 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일본·베트남·중국 등 가능한 모든 노선을 최대한 활용해 안전한 귀국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