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주식 의결권을 민간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방안을 시범 추진한다.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운용사가 보유 지분에 대해 운용사 명의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위탁운용 구조를 일부 바꿔, 수탁자 책임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회의를 열고 ‘국내주식 위탁운용의 수탁자 책임활동 활성화 방안’을 보고받았다. 방안의 핵심은 위탁운용사가 단순 운용에 그치지 않고 의결권 행사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현재는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한 기업의 경우, 위탁운용 지분까지 포함해 의결권을 기금운용본부가 행사한다. 반대로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맡긴다. 2025년 기준 의결권 행사 기업은 599개로, 이 중 342개는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행사했고 257개는 위탁운용사가 행사했다.
정부는 앞으로 위탁운용사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서는 운용사 명의로 의결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위탁운용 방식을 ‘투자일임’에서 ‘단독펀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업계의 수탁자 책임활동 여건 등을 고려해 책임투자형 위탁운용 중 일부 역량 있는 운용사를 대상으로 먼저 시범 적용하고, 평가를 거쳐 향후 추진 방향을 검토하기로 했다.
위탁운용사에 대한 관리 체계도 손질한다. 그동안은 스튜어드십 관련 제도 도입이나 지침 마련, 책임투자 지침·보고서 작성 등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점검이 이뤄졌다. 앞으로는 위탁운용사가 지켜야 할 수탁자 책임활동 기준을 마련하고, 점검·평가 결과를 자금 배정과 회수에 반영해 이행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표소송 가이드라인 개선도 함께 다뤘다. 대표소송 제기 결정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맡고, 예외적으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결정한다. 예외는 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청하거나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위원회에 요청하는 경우다. 대표소송 제기 대상은 ‘기업과의 대화’를 실시 중인 기업으로 한정해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효과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금위는 이날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결산안도 심의·의결했다. 2025년도 기금운용 수익률은 18.82%(금융부문 18.97%)로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적립금은 1458조원으로 늘었다.
기금운용위원장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으로도 시장 상황에 신속한 대응,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기금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