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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은퇴 미뤘다…1부로 가야 하니까

중앙일보

2026.03.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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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마르는 성공적인 외국인 선수의 표본으로 꼽힌다. 그의 목표는 전 경기 출전과 1부 승격이다. [사진 서울 이랜드]
프로축구 K리그는 외국인 선수가 성공하기 까다로운 무대다. 경기 중 힘 싸움과 템포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얕보고 덤비다 한 시즌도 버티지 못하고 떠난 사례가 수두룩하다. 고생 끝에 플레이 스타일에 적응하고도 한국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떠나는 경우도 많다. K리그에 베테랑으로 불릴 만한 외국인 선수를 찾아보기 드문 이유다. 그런데 K리그에서 12번째 시즌을 맞는 외국인이 있다. 주인공은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FC의 스페인 국적 수비수 오스마르(38)다.

이랜드가 2015시즌을 앞두고 창단해 그해 K리그2에 참가했는데, 오스마르는 그보다 1년 전인 2014년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K리그1(1부)에 데뷔했다.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임대로 뛴 2018년을 제외하고 9시즌 동안 서울에서 뛴 오스마르는 2024년 친정팀을 떠나 이랜드에 입단했다. K리그 통산 350경기에 출전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2위 기록이다.

5일 경기도 가평의 이랜드 훈련장에서 만난 오스마르는 “한국 선수들을 ‘형’이라고 부르며 쫓아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정신 차려보니 다 은퇴했더라. 서울에서 뛸 때 동료였던 차두리(2부 화성FC 감독)가 상대 팀 벤치에 앉아있는 걸 보면서 ‘시간 참 빠르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우리 구단 창단보다 내가 먼저 K리그에 데뷔했으니 오래 뛰긴 뛰었다”며 웃었다.

사실 오스마르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이랜드와 계약이 끝났다. 현역 연장과 은퇴의 갈림길에 선 그는 고민 끝에 1년 재계약했다. 구단과 자신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서다. 2015년 K리그2에 뛰어든 이랜드는 지난 12년간 1부 승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경험이 풍부한 오스마르를 영입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오스마르가 합류 후 이랜드의 전력은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했다. 2024시즌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정규리그 3위, 지난 시즌(2025)도 4위에 올라 잇달아 K리그2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하지만 번번이 1부 문턱에서 넘어졌다. 2024시즌엔 1부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승강 PO에서 전북 현대(1부)에 패했고, 지난 시즌엔 K리그2 PO에서 탈락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오스마르는 “이대로 떠나는 건 동료와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내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동안 동료들과 다진 호흡으로 올해 반드시 승격을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스마르는 완벽주의자다. 훈련 때 대충 뛰는 선수가 눈에 띄면 한국말로 “야 인마, 정신 차려”라고 불호령을 내린다. 자기 관리는 더 철저하다. 매일 7시에 기상하고 수면 시간 9시간을 지킨다. 좋아하는 햄버거도 끊고, 칼로리를 계산한 건강한 식단을 지킨다. 오스마르는 “종일 ‘어떻게 하면 축구를 더 잘할까’만 생각만 한다. 축구를 하는 도구인 내 몸을 잘 관리하는 건 기본인데, 그것을 지키기 어려워질 때는 은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스마르에게 ‘이번 시즌 승격 외에 또 이루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다. 그는 “2라운드(7일 경남FC전)부터 최종 32라운드까지, 올 시즌 남은 31경기를 모두 개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오스마르는 레전드 골잡이 데얀(몬테네그로·380경기)을 제치고 외국인 선수 통산 최다 출장 1위로 우뚝 선다. 오스마르는 “한국 팬들에게 역대 가장 성실한 외국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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