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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온플법이 몰고 올 통상·산업의 먹구름

중앙일보

2026.03.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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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전 유통학회장
온라인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중개 서비스다. 시장 초기에는 플랫폼이 낮은 한계비용으로 무한한 연결을 창출하는 ‘온라인 중개 효과’를 통해 신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단순 연결로는 해결되지 않는 ‘정보 비대칭성’과 ‘유통 서비스 격차’가 드러났다. 플랫폼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판매 이력 관리,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 쿠폰 및 묶음상품 개발 등 적극적인 유통 기능으로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그런데 최근 입법화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은 이러한 시장의 역동성을 무너뜨릴 우려가 크다. 특히 적용 대상이 연매출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액 1000억원 이상 모든 사업자를 포괄한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이는 이제 막 성장 발판을 마련한 스타트업조차 사전 규제 대상으로 묶어, 입점 업체에 대한 서면 계약 의무와 노출 기준 공개 등 과도한 행정 부담을 지우게 된다. 사소한 절차 위반에도 연매출의 최대 10%라는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기업들이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신드롬’이 확산되고 혁신 동기가 마비될 수밖에 없다.

이번 규제의 모델이 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EU는 2022년 독점 방지를 기치로 DMA를 도입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규제 도입 후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구글·애플 등 기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서비스 이용 절차만 복잡해졌다. 더욱이 신규 창업과 벤처 투자가 급감하면서 혁신 기업의 등장은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만 공고해졌다.

국제 통상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미국 정부와 경제계는 한국의 온플법이 자국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표적 규제’가 될 수 있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관세 보복이나 무역 제재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최근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을 온플법 추진의 근거로 삼는 것 역시 논리적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 이는 개인정보 관리 체계의 문제이지 플랫폼의 유통 기능 확장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유통 서비스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정보 적응력이 뛰어난 소비자를 기반으로 자생적인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쟁력의 근원을 제약하고, 소비자 복지를 축소하는 방향의 입법은 국가 경제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기 전, 글로벌 통상 환경과 소비자 복지에 미칠 영향을 엄중하고 심도 있게 재검토해야 한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전 유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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