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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보고서만 1만2000건…“우린 리서치에 미쳤다”

중앙일보

2026.03.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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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he House

김민국·최준철 VIP자산운용 공동대표, 조창현 그로스팀장, 박성재 밸류팀장(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이 가치투자의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VIP자산운용에서 2001년은 빼놓을 수 없는 해다. ‘뉴아이’라는 가치투자 사이트에서 만난 두 대학생(김민국·최준철 현 VIP자산운용 공동대표)은 서로의 글을 보며 호감을 보이다가 번개 모임을 가졌다. 으레 ‘아재’가 나오겠거니 하고 나간 자리에서 동갑내기임을 안 두 사람은 그날부터 의기투합했다. 서울대 주식동아리인 ‘스믹(SMIC·SNU Midas Investment Club)’에서 활동하며 ‘한국의 워런 버핏’을 꿈꿨다.

2년간 창업 준비로 동고동락한 두 사람은 2003년 ‘가치투자의 개척자(Value Investment Pioneer)’의 머릿글자를 딴 VIP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위기도 적지 않았다. 금융위기(2008년) 당시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투자자들에게 멱살을 잡히기까지 했다. 2015년 유동성 장세와 ‘팡(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랠리’ 역시 가치투자의 암흑기였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엔 네이버·카카오 상승 랠리가 펼쳐지자 안정적인 금융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던 VIP는 맥을 추지 못했다.

박경민 기자
이 세 번의 위기를 통해 VIP자산운용은 두 가지 방향에서 진화했다. ▶첫째, 가치주와 성장주의 교집합을 찾아 상승장에서도 가치투자의 본질을 잃지 않는 전략 ▶둘째, ‘우호적 행동주의’를 통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 저평가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2003년 VIP가 처음으로 만든 대표 펀드 VIP사모주식형펀드1호의 누적 수익률은 2월 말 기준 2099.7%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785.58)을 크게 웃돈다. 다음은 김·최 공동대표와 조창현 그로스팀장, 박성재 밸류팀장과 일문일답.


Q : 하우스의 철학이 뭔가.
A :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의 정의대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 원금의 안정성과 적당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행위’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철저한 분석 없이 투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며 ▶퀄리티(기업의 경쟁력)든, 가격이든 안전 마진을 확보하고 ▶적당한 목표 수익률(연평균 15% 수준)을 추구한다.”


Q : 리서치 경쟁력은 어디서 오나.
A : “VIS(VIP Infor mation System)라는 내부 시스템을 운영한다. 현재까지 내부 애널리스트가 올린 종목 보고서만 1만2000건이 넘는다. 국내 주식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가 15명이다. 이를 통해 삼양식품·한화에어로스페이스·효성중공업 등을 일찌감치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었다. 삼양식품의 경우 증권사 리포트가 전무하던 2022년 이미 VIS에 3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가 올라왔다.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리서치에 미친 사람들’이라 부르는 이유다.”


Q : 리서치에 반드시 포함하는 지표는.
A : “최 대표는 경쟁 우위를 중시한다. 해수욕장에서 혼자 튜브를 팔면 영업이익률이 40%도 나올 수 있지만, 경쟁자가 100명이라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안전마진과 주주환원 정책이 중요하다. 회사에 어떤 악재가 생기더라도 이익이나 자산이 훼손되지 않는 지를 본다. 구성원 모두 종목에 대해 시장이 알고 있는 것보다 높은 ‘지식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한국 증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랠리를 펼쳤다. 가치투자에는 또 다른 냉정한 시험대다. 그럼에도 VIP는 여전히 “암수(暗數)에 현혹되지 않겠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며 하우스만의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Q : 반도체 비중을 늘릴 계획은 없나.
A : “(반도체처럼) 사이클이 있는 산업은 우리가 잘하거나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다. 사이클로 볼 때 반도체가 좋아질 수는 있지만, 우리는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곳을 찾는 데 특화돼 있다. 현재 근본적으로 산업이 바뀌고 있는 K뷰티나 K관광 등에 주목한다. 소비재·문화를 기반으로 수출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있는 곳들이다. 테마나 쏠림은 영원하지 않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Q : 앞으로 목표는.
A : “워런 버핏의 방식으로 성공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버핏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현재 투자자들이 열광할 만한 종목은 단 한 주도 없다. 늘 한물갔다는 조롱을 받았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길을 걸어 왔고, 장기 성과로 주주들에게 많은 부를 안겨줬다. 또 메리츠금융지주 사례처럼 ‘우호적 행동주의’로도 충분히 변화의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기업과 오랫동안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정책 제언을 하고, 관계기관과 정치권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한국 주식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김경진 기자
☞더하우스(The House)=오직 ‘최고의 투자를 해보겠다’는 신념을 밑천 삼아 한국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성장한 주역을 만나봅니다. 이제껏 제대로 공개된 적 없는 창업자들의 이야기와 수익 비결을 파헤칩니다. 좋은 시절엔 위기를 가늠하고, 위험할 땐 기회를 포착하는 투자 대가들의 어깨에 올라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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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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