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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 부풀어 올라 있었다"…굶주린 모녀 구한 이웃의 대처

중앙일보

2026.03.05 07:06 2026.03.0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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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전남 함평의 한 마을에서 난방이 끊긴 채 굶주림 속에 방치돼 있던 모녀가 이웃의 발견으로 구조됐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설 연휴였던 지난달 18일 목포해양경찰서 이종선(60) 예방지도계장은 아내 윤옥희(59)씨와 함께 처가가 있는 전남 함평을 찾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장모의 빈집을 정리하고 마을 어르신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인근에 사는 모녀가 최근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를 들은 이 계장 부부는 곧바로 해당 집을 찾았고, 찬 바닥에 쓰러져 있던 40대 어머니와 9살 딸을 발견했다.

집 안은 냉기가 가득했다. 보일러는 오래전부터 작동하지 않은 듯 바닥까지 냉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방 안에는 배가 부풀어 오른 채 누워 있는 어머니와 또래보다 훨씬 야윈 모습의 딸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집 안에서는 밥을 해 먹은 흔적이나 먹을 만한 음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이 계장은 곧바로 모녀를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어머니는 극심한 영양실조로 장기가 손상돼 복수가 찬 상태였고, 딸 역시 마지막으로 식사를 한 시점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여러 날 끼니를 거른 상태였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수액 치료를 받는 동안 이 계장 부부는 아이를 인근 식당으로 데려가 따뜻한 떡국을 먹였다.

부부는 모녀가 다시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판단해 후속 지원에도 나섰다. 모녀의 친척과 어렵게 연락해 상황을 알렸고, 사비로 일부 병원비와 밀린 난방비도 보탰다. 또 관할 면사무소를 찾아 긴급 생계지원 신청 절차를 안내하는 등 필요한 행정 지원을 도왔다.

외부와 교류가 거의 없던 모녀를 대신해 각종 절차를 챙긴 끝에, 모녀는 결국 긴급 생계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소식을 접한 이들 모녀 가족은 이 계장에게 “살려줘 고맙다”며 “모든 치료가 끝나면 꼭 찾아뵙겠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계장은 “이웃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막을 수 있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목포해경 예방지도계장과 아내 윤옥희씨. 사진 목포해경



한영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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