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이상렬의 시시각각] 국민의힘 17% 지지율의 의미

중앙일보

2026.03.05 07:1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상렬 수석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 3법’(재판소원 도입,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대법원장의 우려, “사법 구조와 삼권분립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개악”이라는 전 변협 회장들의 고언(苦言)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차지한 여권은 사법부의 반대를 무시하고 80년 지속된 사법제도의 틀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뜯어고쳤다. 이런 게 바로 삼권분립에 대한 침해다. 여권이 의도하는 수혜자가 이 대통령이든, 누구든 그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정부 ‘사법 3법’ 국무회의 의결
‘절윤’ 못 한 국힘, 민심 외면받아
견제 없는 권력, 민주주의 위기 불러

이 대통령의 속전속결은 국민의힘의 낮은 지지율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지지율이 17%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 이 수치는 12·3 계엄 사태 당시(2024년 12월 19일, 26%)보다도 낮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며칠 전 사법 3법 국회 통과를 규탄하면서 “독재가 이미 시작됐다”고 외쳤다. 현 정권이 독재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진영에 따라 갈릴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많은 여론조사에서 송 원내대표가 ‘독재’라고 지목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의 두 배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60%가 넘는다. 이것이 국민의힘이 마주한 민심의 현주소다.

정당이 여론조사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지만 현재 국민의힘이 계엄 사태 때보다 훨씬 낮은 지지를 받는 것은 짚어볼 문제다. 지지율 17%엔 계엄 이후 15개월이 지나도록 국민의힘이 계엄의 강,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의 실망과 분노가 투영돼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많은 이가 비상계엄은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망상적 행동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 표결에 동참했고, 비상계엄 모의에 국민의힘이 간여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웬걸, 장동혁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했다.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한 ‘윤 어게인’ 세력이 어느새 장 대표 곁에 포진했다. 상식적 보수정당을 기대했던 많은 이가 등을 돌릴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엔 이해되지 않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지도부의 정세 판단. 장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무기징역 형량에 비판적인 국민의힘 지지층이 75%라는 당 내부 여론조사 등을 설명하며 지지층 결집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거가 어디 골수 지지자들로만 치르는 것인가. 중도층을 붙잡지 못하면 선거는 필패다. 중도층의 45%가 무기징역형에 대해 ‘가볍다’고, 31%가 ‘적절하다’고 반응한 조사(전국지표조사)도 있고, 중도층의 71%가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본다는 조사(한국갤럽)도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에선 당 쇄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꿀 수 없다”고 했다. 해괴한 논리다. 그렇다면 장수가 병사들을 모두 사지(死地)로 내몰 때도 따라야 하는가. 동서고금엔 리더나 장수가 틀린 판단으로 조직을 패망으로 이끈 사례가 가득하다. 오히려 의원들이 당을 바꾸겠다는 의지 박약, 내 밥그릇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비겁함 때문에 당을 쇄신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이 10%대 지지율로 임하는 지방선거의 전망은 암울할 것이다. 계엄 세력과의 절연 거부는 주홍글씨처럼 국민의힘을 괴롭힐 것이다. 그러나 어디 선거만의 문제일까. 많은 나라에서 민심의 외면을 받는 허약한 야당 문제는 그들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았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폭주하기 일쑤였고, 결국 사회의 건강을 위태롭게 했다. 사법부 통제에 성큼 다가선 정권과 견제할 능력이 안 되는 야당, 한국 정치는 지금 건강하지 못하다.





이상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