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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방금 터졌는데 벌써 1800원”…시민들 치솟은 기름값에 분통

중앙일보

2026.03.05 07:38 2026.03.0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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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1시 서울 관악구의 한 셀프주유소. 주유기를 잡은 시민들은 휘발유 L당 1815원이 쓰인 가격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유하러 왔다는 윤모(33)씨는 “전쟁이 방금 터졌는데 갑자기 기름값이 너무 오르니 열받는다”며 “이렇게 오른 다음엔 가격을 잘 내리지도 않으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 가격표엔 L당 가격이 휘발유 2896원으로 쓰여 있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직후 빠르게 뛰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692.89원이었지만 지난 4일 1777.48원으로 84.59원 상승했다. 지난달 주간 평균 가격은 1686~1691원 수준에서 유지됐는데, 5일 서울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1891.10원으로 올랐다.

김주원 기자
국제 유가 상승이 실제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약 2주가 걸린다. 정유사가 들여온 원유를 정제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유가 국내에 공급되기도 전에 주유소 판매가격이 먼저 오르는 모양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가 내릴 땐 ‘비싸게 사 왔다’는 핑계로 국내 판매가를 서서히 내리면서, 올릴 때는 왜 오히려 앞서서 반영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 등으로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전쟁 이후 하루라도 빨리 주유해 두려는 소비자 수요가 급증한 것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주유소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판매가격은 본사(정유사)가 정해주는 거라 우리로선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부담은 기름값이 생계와 직결된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셀프주유소를 찾은 60대 택배기사 이모씨는 1t 트럭에 주유기를 꽂은 채 “이대로 기름값이 더 오르면 한 달에 10만원을 더 내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며 매일 주유소를 찾는다는 50대 정모씨도 “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에도 방문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국내 석유 가격이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 움직인다는 국민 지적이 있다”며 시장점검 회의를 열었다. 5일 관악구 주유소에서 만난 김모(65)씨는 “지금까지 정부가 기름값을 잡겠다고 말만 하고 실행하지 못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유업계와의 대화를 통해 판매가격 인상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정유사 간 담합이 이뤄졌는지 조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예정.이규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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