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알선비 70만원, 제단 장식 꽃 비용 30%. 유가족을 연결해준 상조업체 장례지도사에게 이런 조건으로 4년간 3억원이 넘는 뒷돈(리베이트)을 지급해 온 장례식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장례업계에 리베이트 관행이 만연했다고 보고, 대학병원 등 전국 장례식장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5일 공정위는 장례지도사들에게 유가족 알선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경기도 양주장례식장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장례식장은 2021년 11월~2025년 8월 112개 상조업체 장례지도사에 총 3억4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유가족 알선비는 ‘콜비’로 불리며, 선(先)콜과 후(後)콜로 나눠 지급됐다. 유가족에게 다리를 놓아준 장례지도사에게는 건당 70만원의 선콜이 지급됐고, 장례지도사의 알선이 통하지 않았더라도 건당 20만원의 후콜을 지급하면서 이들을 관리했다. 제단을 장식하는 꽃 역시 리베이트 대상이었다. 이 장례식장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꽃집에서 구매를 유도한 대가로 꽃 결제금액의 30%를 챙겨줬다. 업계에서는 ‘제단꽃R’(R은 영문 리베이트(Rebate)의 머리글자)로 통했다고 한다.
장례식은 고인의 사망 직후 촉박한 시간 속에 이뤄지는 데다, 가격과 품질 등을 비교해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상조회사 직원 등의 권유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 리베이트의 효과가 컸다고 분석한다.
리베이트는 유가족의 비용 부담으로 전가됐다. 장례식장은 리베이트 부담을 고려해 유가족에게 비용을 바가지 씌웠다. 리베이트 수수를 거부한 장례지도사가 소개한 경우나 상조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찾아온 유가족에게는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내부방침도 운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장례업계에서는 리베이트를 관행적인 사례금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거래 관행을 바꾸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장례업계의 이런 뒷돈이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보고, 전국 주요 장례식장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한국상조보증공제조합이 2024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9%가 “장례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때 조사에 사용된 평균 장례비용이 2015년 기준 1380만원으로, 그동안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제 부담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