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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과제는 '대중 억제'…20년 전 韓美 약속 중요해진 이유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2026.03.05 12:00 2026.03.0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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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이번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에서 ‘확장억제’와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향후 한·미 동맹의 신뢰성과 지속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동맹의 큰 흐름과 최근 전략 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러한 해석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해병대와 미 해병대가 KMEP 연합보병훈련를 벌인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해병대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NSS와 NDS는 특정 지역 현안이나 개별 위협을 세부적으로 열거하기보다는, 변화한 국제질서 속에서 미국의 안보 프레임을 재정의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에 따라 미국의 핵심 국익과 직결되는 전략적 경쟁자, 즉 중국에 대한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그 외 지역·국지적 위협에 대해선 동맹국의 방위 역할과 부담을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세계 전략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미국의 자원 배분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전략 문서에서 특정 용어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북한 비핵화 정책의 후퇴나 한·미 확장억제 공약의 약화를 단정할 필요는 없다. 미국은 한국이 북한을 억제하는 데 주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 현재보다는 미국의 지원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핵심 능력은 지원하겠다는 것을 밝혔다.

향후 한·미 양국은 그간 운영해 온 다양한 확장억제 협의체와 전략 협의 메커니즘을 지속해서 가동하면서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 비핵화 문제 역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안정적 관리와 중장기 전략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향후 중국 문제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확장억제와 비핵화 문제에서 미국의 조치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협력 의제를 설정하고 전략적 공조를 심화하는 과거와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지난 2월 오산기지에서 출격한 주한미군 F-16 전투기가 서해 상공에서 훈련하는 과정에서 중국 전투기가 대응 출격하며 미·중 전투기 간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이 해당 훈련 계획과 목적을 어느 수준까지 한국 측과 사전에 공유했는지, 국방부 장관과 합동참모의장에게 적시에 보고가 이루어졌는지, 나아가 주한미군이 ‘사과’를 한 것인지 ‘유감’ 표현을 한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한미 당국자의 설명은 엇갈렸으며, 논란은 현재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보고 체계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최근 NSS와 NDS를 통해 중국을 주요 전략적 경쟁자로 명확히 규정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중 억제와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러한 전략적 기조를 고려할 때, 서해를 포함한 역내 공중·해상 활동은 향후 반복·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이러한 대중 견제가 한·미 동맹의 틀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조율하고 관리하는가에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안보 이익과 역내 안정적 관리라는 요소가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는 앞으로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전술적 사건을 넘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한미 공조의 방식과 수준을 재점검하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한·미는 20년 전에 이미 이러한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

"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또한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특히 그것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임을 보장한다. "

2006년 1월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합의한 내용이다.

이 합의는 구속력이 강한 조약도 아니고, 세부 운용 기준을 명문화한 작전 지침도 아니다. 그런데도 2006년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한미 양국이 변화하는 전략 환경 속에서 상호 이해와 존중을 전제로 협력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이었다. 문제는 그 약속이 오늘날의 복잡해진 역내 안보 환경과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서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있다.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고 미국도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문구를 의미 있게 인식해야 한다.

향후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하는 만큼, 사전 협의의 범위와 수준, 정보 공유의 절차, 위기 발생 시 공동 대응 원칙 등이 명확히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해와 같이 역내 긴장이 직접 파급될 수 있는 공간에서는 한미 간 전략적 목표와 작전 운용이 긴밀히 조율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오해와 외교적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C-5 수송기가 계류돼 있다. 미국이 필요할 경우 주한미군의 자산을 해외로 빼내려면 이 같은 대형 수송기를 이용한다. 뉴스1

결국 이번 논란은 전략적 유연성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제 과제는 전략적 유연성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떠한 절차와 기준 아래에서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동맹은 선언보다 실제 운용이 중요하며, 신뢰는 추상적 문구가 아니라 반복된 협의와 투명한 조율을 통해 축적된 결과다. 한·미가 20년 전 합의한 원칙을 오늘의 전략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고 구체화할 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으로 인한 동맹의 긴장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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