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9층 ‘키네틱 그라운드’. K패션 브랜드 전문관인 이곳에서는 한국말보다 영어,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릴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키네틱 그라운드 전체 매출의 70%가 외국인 고객에서 나왔다”며 “올해 1~2월 본점 K패션 제품군의 외국인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늘어날 정도로 K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 속에 국내 패션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지원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패션에 대한 산업적 정의가 모호하고 수출 규모도 제각각 집계하다보니, 홍보 전략과 지원이 K푸드, K뷰티에 비해 뒤처진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 소비와 해외 매출 비중에서 이미 K패션의 성장세를 체감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출시한 일본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아무드’에 입점한 K패션 브랜드는 2024년 7700개에서 지난달 기준 2만2900개로 약 3배 늘었다.
무신사도 2022년 해외고객을 타깃으로 한 이커머스 플랫폼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한 후 현재 일본, 미국 등 13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5번의 팝업스토어 열어 누적 방문객 14만명을 기록하고, 중국에 오프라인 매장 2곳을 여는 등 해외 오프라인 점포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실적은 K패션 시장 규모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산업별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의복, 의복 액세서리 및 모피제품 제조업’과 ‘가죽, 가방 및 신발 제조업’의 수출 규모는 2조4650억원(약 17억 달러, 1달러=1450원 환산 기준)이다. 그런데 산업통상부나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가 집계한 K패션 수출액은 3조9150억원(약 27억 달러)이다.
이는 산업통상부가 활용하는 MIT(Ministry of Trade and Industry) 분류 체계에 따른 한계로 지적된다. K뷰티나 K푸드는 산업부가 활용하는 MTI 분류에서 단일산업으로 묶여 수출 규모와 성장세를 파악하기 용이하지만, K패션은 섬유·의류·신발·가죽제품 등으로 흩어져있어 규모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뷰티와 K푸드는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정책으로 수출 지원, 인증 등 체계가 축적됐지만, K패션은 정부 지원이 부족해 개별 브랜드 중심으로 성장해왔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패션 산업군을 재정의하고 해외 진출·수출 인프라 강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품목과 산업을 ‘K패션’으로 정의할지 합의 과정이 우선이라고 짚었다.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K패션 산업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류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신발, 의류, 선글라스 등은 원자재와 제조 방식이 다른 만큼 동일 산업군으로 묶기 위한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