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을 때 제 삶을 돌아보면서 ‘진짜 재밌고 행복했다’고 말하는 게 꿈입니다. 그런 꿈을 꾸니 ‘남과 비교하는 삶’ 대신 ‘내게 의미 있는 일’을 찾게 되더라고요. 제겐 그게 봉사였고요. "
2003년, 삼성SDS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던 나는 당시 벤처 붐을 타고 마흔 살 나이에 퇴사했다. 앞으로 소프트웨어의 세상이 올 것을 확신했고, 내가 가진 이 기술로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었다.
" 그때 삼성SDS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인재 양성소 같은 곳이었죠. 같은 회사에 다니던 과장 직급 동기가 이해진(네이버 창업자)·김범수(카카오 창업자) 이런 친구들이었으니까요. 그 친구들이나 저나 각자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떠났죠. "
내가 창업한 회사의 이름은 ‘꿈과기술’이었다. 기술을 활용해 세계의 젊은이들을 위해 봉사하자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2~3년 지나자 곧 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봉사와 사업은 다른 영역이었다. 사업을 하려면 이윤을 추구하고, 봉사하고 싶으면 아예 전업으로 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업이냐, 봉사냐 선택의 갈림길에서 나는 봉사를 택했다. 동기들이 네이버·카카오를 창업해 대한민국을 뒤집어놓을 때 나는 비정부기구(NGO)를 만들어 한국의 중고 컴퓨터를 모아 개발도상국에 아이들을 위한 컴퓨터 센터를 세우고, IT를 가르쳤다. 최근엔 ‘AI(인공지능) 퓨처 브릿지 인스티튜트’를 만들어 일반 대중을 상대로 AI 문해력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며 ‘봉사자 전제상(61)’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 제 경제·사회적 위치를 이해진·김범수랑 비교하면 행복할 수 있겠어요? 하하. 그런데 저는 솔직히 제가 더 행복한 것 같아요. 봉사를 통해 감사를 배운 덕분이죠. "
난 봉사가 퇴직 후 인생 2막의 행복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라고 단언한다. 은퇴자들이 느끼는 우울감은 ‘존재감 상실’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봉사는 내 존재 의미를 영혼과 육체에 꽉 채워 준다. 우울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뿐더러 자존감이 한껏 고양돼 행복에 푹 젖어 살 수 있다.
1964년생인 내 친구들은 어느덧 환갑이 넘어 지난해 모두 정년퇴직했다. 대기업에서 물러나는 친구들은 대개 이사 등 임원직까지 경험한 경우가 많다. 남부럽지 않게 살던 이들이 퇴직 후엔 동종 업계의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도 바늘구멍 통과만큼이나 어렵다. 그렇다고 재직 시절의 소비 패턴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니, 이들이 느끼는 경제적 박탈감은 상당하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털어놓지도 못한채 우울감과 좌절감에 빠져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봉사를 권하면 “나도 힘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제대로 하면 어지간한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는 것 이상으로 월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대체 어떻게 하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