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며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LNG 가격이 40% 넘게 오르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같은 에너지 가격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1.01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8.51% 상승했다. 2024년 7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란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달 27일 대비 20.9%가 올랐다.
LNG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한국ㆍ일본ㆍ중국 등의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동북아 LNG 선물 가격(JKM)은 MMBtu(열량 단위)당 전일보다 2.58% 오른 15.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7일 대비 44.4%가 올랐다. 원유 가격 상승 폭의 2배 수준이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LNG 가격이 더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 LNG 물량을 의무비축기준(9일분) 이상으로 보유하고 있고, 중ㆍ장기 계약으로 확보한 물량이 있다. 당장 현물 시장에서 비싼 가격을 주고 LNG를 사들일 필요는 없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다만 장기계약으로 들여오는 LNG 가격도 유가와 연동된 경우가 많아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충격이 올 수 밖에 없다.
계절적 요인도 변수다. LNG 가격은 통상 겨울 난방 수요가 줄어드는 봄철 안정세를 보이다가, 냉방 수요가 시작되는 여름철 무렵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 미국 등 다른 지역 생산 물량을 놓고 유럽과 아시아 간 경쟁이 심화하면 가격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의 공급 물량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겨울 대비 LNG 비축이 본격화되는 5~6월까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LNG 가격이 더 올라 물가 상승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LNG 가격 상승은 전기요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2024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약 28%를 LNG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기준이 되는 도매 전력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 역시 LNG 가격 영향을 크게 받는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평균 가격이 MMBtu당 2021년 15.04달러에서 2022년 34.24달러로 두 배 이상 오르자 같은 기간 SMP도 kWh당 94.3원에서 196.7원으로 급등했다. 한전 관계자는 “LNG 가격은 1~2개월, 유가는 5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전기요금 원가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전의 재무 여력이다. 러ㆍ우 전쟁 때는 한전과 한국가스공사가 가격 상승 부담을 상당 부분 떠안았다. 한전은 2022년 33조9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가스공사도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서 발생한 미수금이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2022년 8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누적 적자가 쌓이면서 현재는 공기업이 가격 상승 충격을 흡수할 여력도 크게 약화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전의 이익 규모 등을 고려하면 현재는 한전이 LNG 가격 상승을 일정 부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여름철 냉방 수요에 대비한 LNG 확보로 가격이 폭등할 여지가 있는 4~5월까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전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