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이스라엘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113명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위협을 피하기 위해 이집트로 급히 대피했다. 지난달 24일 종교 연구를 위해 이스라엘에 입국했던 장모(50대·남)씨도 이 중 한 명이었다. 그는 6일 중앙일보에 “함께 입국했던 수십 명의 팀원들과 목숨을 걸고 약 20시간을 육로로 이동해 국경을 넘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탈출을 도운 이강근 이스라엘 한인회장은 “이동하던 중 폭발음이 이어지고 공습 경보도 4번이나 울렸지만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을 벗어났다고 고생이 다 끝난 건 아니었다. 장씨 등 상당수는 여전히 아직 이집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발이 묶였다. 장씨는 “지금 대부분이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비행기 값이 1시간 단위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13명이 마치 한 팀처럼 움직여 이집트 카이로까지는 무사히 도착했는데 현재는 ‘각개전투(各個戰鬪)’를 치르듯 각각 튀르키예 이스탄불, 몽골 울란바토르, 중국 북경·상해 등 우회 루트를 찾아 이동편을 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탈출을 도와준 대사관과 한인회에 너무 감사하지만, 지난해 캄보디아 범죄단지 사태 때는 정부에서 해결을 위해 전세기를 곧장 투입했던 것 같은데 중동 체류 국민 탈출에는 왜 신경을 쓰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쉬운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5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관광객 일부가 귀국하는 등 한국인들의 중동 탈출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그 와중에도 장씨처럼 여전히 현지에 발이 묶인 이들도 적잖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한된 탈출 경로로 인해 항공료 등이 치솟으며 이동 수단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과 통화를 했고, 오늘부터 UAE 민항기가 인천까지 바로 출항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 체류자들은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항공권을 살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한다. UAE 체류 한국인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참여한 A씨는 “아부다비에서 인천까지 가는 항공편 가격이 최대 1만3615디르함(약 548만원)에 달한다”고 적었다. B씨는 “왕복 100만원이었던 가격이 편도 500만원으로 오른 게 말이 되느냐”며 “한국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고 답했다. 현재 UAE에는 약 3000명의 한국인이 체류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한인회도 정부 대응과 관련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점배 아프리카·중동 한인회 총연합회장은 “스페인은 4일 전부터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을 이송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 끝날 쯤 전세기를 보내려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강근 이스라엘 한인회장은 “인접국으로의 대피 과정에서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숙소를 내주지 않았다면, 관광객들은 사실상 노숙자로 지내면서 항공편을 구할 뻔 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중동에 있는 국민 약 2만명 중 귀국을 희망하는 분들을 파악하고 있고, 전세기도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지 한인 사회에서는 대사·총영사관 등 재외공관 수장의 부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약 2700명이 참여하고 있는 UAE 교민 채팅방에 있는 C씨는 “UAE 대사관 대사, 두바이 총영사관 영사 등이 공석이 된 지가 7개월이 넘었다”고 밝혔고, 복수의 채팅방 참석자가 “지난해부터 상황이 악화됐었는데도 여전히 공석인 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유조선 선원 약 200명도 사태가 장기화 될 우려에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노조원들의 식수·연료 등은 아직 충분하지만, 선원 교대활동을 못 하고 갇힌 이들의 정신적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소속 회사에서 일단은 ‘조용히 대기하라’는 지시만 내려온 상태”라며 “미군이 유조선을 호송해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인근 해역에는 유조선 선원 외에도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3학년 실습생들이 승선한 실습선도 고립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