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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강대국” 동시 전쟁 자신감 드러낸 美...北은 전략적 침묵

중앙일보

2026.03.05 21:36 2026.03.06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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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대(對)이란 군사작전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 본부가 위치한 플로리다주 맥딜 공군기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리는 양쪽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강대국이 할 수 있는 일이다”(we can do both, that's what a global power can do)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맥딜 공군기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전투와 사령부 운영에 관한 핵심은 브래드 쿠퍼 사령관이 중부사령부에 집중하는 것처럼 프랜시스 도노반 사령관도 남부사령부에 집중한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예를 들어 어제 밝힌, 인도양에서 침몰한 선박의 경우 우리(중부사령부)와 협력한 또 다른 통합전투사령부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의해 격침됐다”고 부연했다.

미 전쟁부장관이 대이란 군사작전 중에 미군의 복합 대응 능력을 강조한 건 유사시 고강도 작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막강한 ‘전쟁 억제력’을 가졌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이번 사태로 미군의 대중·대러 견제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앞서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월 5일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력을 이용해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한 것은 서반구로의 ‘하드 파워(hard power)’ 전환을 확고히 했다”며 “이 행동은 펜타곤 내부에서 중국이 억제 없이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런 메시지는 ‘불법 핵 개발국’인 북한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말 항공모함 2척과 수상 전투함 등을 이란 인근에 배치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수준의 해·공군 전력을 중동에 집결시킨 현 상황이 북한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거라는 얘기다. 북한은 30년 넘게 이란과 미사일 협력을 지속해 온 국가이기도 하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부사령부 관할은 물론 다른 전구(戰區)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대중·대러 견제 역량 약화 우려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도 “동시 다발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말은 북한과 같은 잠재적 도전 국가들에 억제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억지의 신뢰성을 강화하면서 북한에도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4일 취역을 앞둔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찾아 훈련 실태를 점검하고 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함내 회의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박광섭 해군사령관과 함께 앉아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터 마이애미 축구팀과 함께 한 행사에서 “전 세계 이란 외교관들에게 망명을 신청하고, 우리를 도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이란을 새롭고 더 낫게 만들길 촉구한다”고 언급한 것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이를 북한에 대입하면 김정은의 유일 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핵심 기둥인 엘리트 계층의 이탈을 유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층의 이탈은 급격한 내부 동요로 이어져 체제의 존립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가장 경계하는 사안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란 사태는) 군사적으로나 심리전 측면에서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김정은 입장에선 트럼프와 잘못 엮였다가는 자칫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은 이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전략적 침묵’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북한 관영 매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관련한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철두철미 불법 무도한 침략 행위”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만 내놨다.


이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의해 축출된 직후 김정은이 극초음속 미사일 훈련을 참관하면서 “최근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라고 언급하며 훈련의 배경을 직접 설명한 것과 차이가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핵 무력에 기반을 둔 전쟁억지력을 과시하는 모습”이라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이란 점을 강조하며 ‘우리는 이란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정은이 지난 4일 취역을 앞둔 5000t급 신형 구축함인 ‘최현호’에서 자신들의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도 “이것은 철저히 방위력이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심석용.정영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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