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이란이 휴전 협상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싸우고 싶은 것은 그들이 아닌 미국”이라며 전쟁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 역시 “탄약은 가득 차 있다”며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지에선 이러한 주장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핵심은 전쟁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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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5조원 공중에 ‘투하’…매일 1조원 추가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28일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개시한 이후 100시간 동안 쓴 돈은 37억 달러에 달한다. 원화로 5조 4686억원이 이미 이란 상공에 투하됐다는 의미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하루 평균 8억 9140만 달러, 한국 돈으로 1조3000억원이 넘는 돈을 매일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더구나 “아직 큰 파도는 오지도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최첨단 장비를 추가로 투입할 경우 전쟁에 드는 비용은 수직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 전쟁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전 운영비의 대부분은 이미 2026 회계연도 국방 예산에 반영돼 있다. 반면 탄약 보충 비용 31억 달러(4조5818억원)와 장비 손실 및 시설 복구 비용 3억5000만 달러(5173억원)의 대부분은 예산에 포함돼 있지 않다.
헤그세스 장관이 수급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포탄을 이란에 투하할 때마다 미국 납세자들이 내야할 ‘미래의 추가 세금’은 계속 쌓인다. 외교안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크리스토퍼 프리블 선임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속도와 요격은 몇 주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며 “특히 저가 드론을 막기 위해 고가의 미사일을 사용하는 구조는 부담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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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관세 제동…“대체 관세도 불법”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부과한 관세를 사실상의 화수분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헌으로 결론 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했던 돈줄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부과한 10%의 이른바 글로벌 관세에 대해서도 불법 논란이 빚어졌고, 결국 이날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24개 주가 참여하는 대규모 소송전이 시작됐다.
소송을 제기한 곳은 대부분 민주당 정치인이 집권한 주들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0% 관세를 부과한 근거인 무역법 122조와 관련 “해당법은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할 경우 등에 관세 부과를 허용한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무역적자는 금융분야 순유입 등이 포함되는 국제수지 적자와 다른 개념으로 글로벌 관세는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미 연방 국제무역법원은 바로 전날엔 원천 무효가 된 상호관세에 대한 환급 절차를 개시하라고 명령했다. 이란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기에 앞서 관세 수입 환급금 마련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예상보다 빨리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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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승부수?…공화 ‘이탈’ 최소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전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은 의회의 동의 없이 전쟁을 확대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이란 공습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당연히 천문학적 전쟁 비용 지출에 동의할지 여부는 미지수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지듯 시작한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공화당은 이란 공습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결의안 표결에서 이탈표를 최소화하며 상원에 이어 하원에 올라온 결의안까지 모두 부결시켰다.
문제는 전쟁부가 소진된 무기를 보충하기 위해 마련 중인 500억 달러(73조원) 규모의 추가 예산안을 민주당이 통과시키는 데 동의하느냐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이와 관련 “민주당은 군사 지출과 관련한 사용 계획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다만 “만약 민주당이 찬성해온 우크라이나 지원 등과 연계될 경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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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위협’에도 국토장관 경질…에너지 점검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핵심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인사로 관세와 함께 정책적 ‘양대 축’으로 불렸던 이민정책을 담당해온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DHS)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2기 들어 장관 해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이란 공습으로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안보 책임자를 해임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은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악화된 여론을 진화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야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결정으로 해석했다.
놈 장관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미국 시민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사망자들을 ‘국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면서 전국적 반이민 시위를 촉발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후임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인 마크웨인 멀린 연방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비(非)백인 장관을 지명한 것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폴리티코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아이디어를 가져오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며 “백악관이 에너지 가격, 특히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모든 가능성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공습으로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치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