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에서 TV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방식의 토너먼트 경선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당내 분란이 커지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정현)는 선거 흥행을 위해 새 경선 방식을 도입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측은 “오세훈 제거용 경선 방식”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6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12일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할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선 9명의 후보가 나온 대구 외에 1~2곳을 추가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토너먼트 경선은 현역 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의 1~2차 토론을 통해 최종 1인을 가리고, 이후 현역 단체장과 ‘1대 1 토론’으로 승부를 결정 짓는 구조다. 현역 단체장을 제외하고 최소 2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해야 하는 만큼 대구와 서울의 토너먼트 경선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자 오 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편파적 경선 방식”이란 불만을 잇따라 제기했다. 공관위가 밝힌 기준에 따르면 1~2차 토너먼트 경선에 현직 시장은 참여할 수 없어 토론 기회가 박탈되는 데다 “현역을 꺾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겨날 수 있어 불리한 환경이란 것이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6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특정한 후보의 어떤 가치를 훼손하고, 형평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재선의 조은희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오세훈 제거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든다”며 “인위적인 ‘찍어내기’ 인상을 주는 오디션”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국회를 방문한 오세훈 시장도 “유·불리를 떠나 당이 결정한 경선 구조에 맞춰서 경쟁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경쟁력 높이는 당의 노선 무엇인지 먼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공관위 측은 “경선 흥행을 위해 토너먼트 경선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이정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코리안시리즈에서 챔피언을 가리듯, 정치에서도 경쟁을 통해 가장 강한 후보를 세우자는 취지”라며 “누군가에게 불리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라고 적었다.
다른 공관위원도 “오 시장은 1년에 수십조원의 예산을 쓰며 자신을 홍보해온 만큼 다른 후보들에게도 토너먼트로 여러 기회를 준다는 취지”라며 “4선 시장을 해놓고 자신이 없어 반발하는 것인지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
오 시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장동혁 지도부는 공관위 결정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지도부 인사는 “오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에게 밀리는 여론조사가 속출한다”며 “새로운 반전이 없이는 선거 패배 우려가 크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현재까지 오 시장을 제외하곤 윤희숙 전 의원만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토너먼트 경선을 실시하려면 최소 1명의 후보가 더 출마해야 하는 만큼 지도부를 중심으로 현역 의원에 대한 출마 독려도 이어지고 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의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대선급 경선판을 벌이는 게 존재감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나경원·신동욱 의원에게도 출마를 설득하고 있다.
다만 당 안팎에선 “후보 공천이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남 중진 의원은 “민주당은 우상호·박찬대·김경수 등에 대한 단수 공천을 끝낸 상황인데 우리 당은 경선도 시작하지 못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선거판인데 국민의힘 후보들은 발까지 다 묶여 있는 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