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배현진 의원에 대한 징계 효력을 정지시킨 후폭풍이 6일 국민의힘에 몰아쳤다.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윤리위원장의 사퇴와 장동혁 대표의 사과 요구가 빗발치며 당내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전날 ‘당원권 정지 1년’ 징계가 취소돼 서울시당위원장으로 복귀한 배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입이 열 개라고 할 말이 있겠느냐”며 “본인의 정치 공학적인 생각으로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윤리위라는 기구를 통해 숙청하는 식으로 당을 운영하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들에게 백배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도 윤민우 윤리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며 장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리위원장을 경질하라”며 “당의 사법기구인 윤리위가 위헌·위법적 결정을 했다는 건 참담하고 망신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윤리위 징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결과를 기다리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서 “윤리위원장은 해임돼야 하고, 장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쇄신파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김재섭 의원은 “당권파의 사냥개 노릇을 하며 정적 제거에 앞장서 온 윤리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했고, 권영진 의원은 “이제라도 배 의원에 대한 징계를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와 쇄신파 등으로 구성된 국회의원 및 전·현직 당협위원장 33명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장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재선 의원은 “자격 없는 윤리위의 모든 징계 심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3일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이 한동훈 전 대표의 대구 방문에 동행한 친한계 인사 8명을 윤리위에 제소했는데, 이들에 대한 심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산 방문을 하루 앞둔 한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장 대표 등 윤 어게인 당권파들은 ‘반헌법적 숙청’이라는 법원 재판 결과에 대해 아직도 한 마디 말을 못한다”며 “무능하고 무책임하다. 이제는 대한민국 법원을 제명할 것이냐”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뒤늦게나마 법원의 결정에 의해 서울시당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반면 장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법원의 정치 개입이 도를 넘었다. 강력하게 규탄할 사안”이라며 반발했다. 장 대표가 임명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도 전날 밤 MBC 라디오에 나와 “배 의원은 당무에 복귀하더라도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지, 개선 장군처럼 행동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지도부 인사는 “지방선거 승리를 생각하면 장 대표를 공격해선 안 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장 대표가 윤리위원장을 해임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크지 않다. 다만 지도부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추가 대응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당 차원의 법률적 대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 측은 “배 의원의 가처분 인용에 대해 대표가 입장을 낼 필요가 있느냐”며 “대표의 모든 행보와 메시지는 지방선거에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끝없는 내홍의 수렁에 빠진 가운데 지지율 역시 바닥을 뚫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무선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실시해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일주일 전에 비해 1%포인트 하락한 21%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장동혁 대표 취임 후 최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상승한 46%를 기록하며 여야 격차가 확대됐다.
국민의힘의 6·3 지방선거 전망도 더욱 어두워졌다.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자는 46%,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0%로 격차가 16%포인트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첫 조사에선 3%포인트 차이였지만 5개월 만에 민심이 여당으로 쏠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상황이 이런데도 장 대표 주변에선 지방선거 승패보다 당권 유지를 강조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장예찬 부원장은 전날 밤 MBC 라디오에서 ‘서울·부산 다 실패하면 (장 대표가) 물러나야 되는 거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일단 휴지기는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휴지기 이후에 장 대표가 다시 전당대회에 등판했을 때 또 당 대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장 대표 측근을 중심으로 한 이런 발언에 대해 장동혁 지도부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지도부 인사는 “지방선거를 지고도 또 당권을 갖겠다는 소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이상한 소리를 그만하고 지방선거에 집중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