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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알파고 쇼크 10년…아직 추격 기회는 남았다

중앙일보

2026.03.06 07:34 2026.03.0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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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세돌은 AI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쳤다. 베르베르는 AI가 인류에 위협보다 편의를 줄 것이라는 낙관을 피력했다. [사진 구글]


멀리 앞서간 미·중…늦었지만 골든타임 안 지나



중국은 966, 한국은 52시간 굴레…과감히 규제 풀고



정권 초월하는 AI 전략과 혁신 생태계 구축 절실


2016년 3월, 서울 광화문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벌어진 지 만 10년이 지났다. 당시 전문가들은 인간의 완승을 점쳤다. 기계의 기억용량과 연산속도가 아무리 월등하다 해도 인간의 ‘직관’을 넘기엔 시기상조라는 이유였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세 판을 내리 내준 뒤 4국째, 이세돌 9단은 신의 한 수로 알파고의 항복을 받아냈다. 세상은 환호했지만, 마지막 5국에서 다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사람들은 이 다섯 번의 대국을 ‘알파고 쇼크’라 불렀다. 이듬해 5월 알파고는 당시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과 세 차례 대국을 벌여 압승을 거뒀다. 커제가 분루를 삼키는 장면을 보며 인류는 더 이상 AI에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알파고는 시대의 변곡점이었다. 2020년 딥마인드의 또다른 AI인 알파폴드가 생물학의 50년 난제를 풀었다. 2022년 말엔 챗GPT가 SF 영화 속 인공지능을 현실로 소환했다. 2024년 10월 노벨위원회가 AI의 대부 제프리 힌튼과 딥마인드 CEO 허사비스를 각각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AI 시대 도래의 인증이었다.

아쉽게도, 시대의 변화에 한국과 중국의 응전은 갈렸다. 커제가 알파고에 패배한 지 두 달 만인 2017년 7월, 중국 국무원은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선포하고 민관이 400조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실 중 하나가 2024년 11월 등장한 거대언어모델(LLM) ‘딥시크’다. 미국 최신 모델을 위협하는 성능에 세상은 ‘딥시크 쇼크’라 불렀다. 중국은 이제 자국 AI를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같은 피지컬 AI 세계로 질주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알파고 쇼크 직후 ‘지능정보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을 동원해 세운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은 출범때부터 ‘관치 연구소’라는 비판 속에 인재와 자금난에 시달렸다. 이후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의 AI 개발은 동력을 잃어버렸다. 미국과 중국이 명운을 걸고 전속력으로 달릴 때, 한국은 정부도 기업도 학계도 그리고 일반 국민의 인식도 한발씩 늦었다.

그러나 아직 골든타임이 다 지나가진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다행히 삼성과 SK가 AI 반도체의 핵심 메모리인 HBM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현대차가 세계 최고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온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보유한 것은 천운이다.

AI가 인류의 일상과 삶의 양태, 노동과 경제의 작동 기제를 근본부터 바꿀 것이란 전망에 이견은 없다. 이 거대한 변화에 잘 대응하고 체화해 기회로 활용하는 나라만이 미래를 향유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권을 초월하는 AI 국가 전략의 제도화가 절실하다. 정권마다 컨트롤타워와 예산 규모, 부처 이름까지 바꾸는 소모적 ‘지우기’는 이제 멈춰야 한다. 인프라 확보와 규제 혁파도 서둘러야 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원전 15기 규모의 전력 확보는 발등의 불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재고해야 한다. 중국이 996 근무(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속도전을 펼칠 때, 우리 기업의 발목이 묶여선 안 된다. 기술사업화를 위한 혁신과 R&D 생태계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 AI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기에서 대한민국은 ‘디지털 선도국’이 될지 ‘디지털 속국’으로 전락할지 기로에 서 있다. 국가도, 사회도 10년 전 알파고 쇼크를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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