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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잘한다"는 테슬라도 레벨2.999? 자율주행 '레벨3' 딜레마

중앙일보

2026.03.06 13:00 2026.03.0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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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형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를 탑재한 테슬라 모델3. 로이터=연합뉴스
" 자율주행 ‘레벨 2.999-’ "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차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운전자의 전방주시 의무가 없는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두고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포드·제너럴모터스(GM)·혼다 등은 이미 자율주행 ‘레벨3’ 기술 도입계획을 밝혔지만, 시장 출시를 고민 중이다. 유일하게 미국에서 레벨3를 출시했던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프로그램을 일시중단했고, 스텔란티스 등은 레벨3 계획을 철회하고 레벨2 시스템 기능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테슬라도 ‘풀 셀프 드라이빙(Full Self-Driving, FSD)’ ‘레벨 2.999’ 등으로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레벨2’로 분류된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치열한 중국은 지난해 12월 창안자동차·BAIC 모터 등의 레벨3 제품 출시를 승인했다. 다른 중국 기업들도 엑스펑은 ‘레벨2+’ ‘레벨 2.5’, 화웨이는 ‘레벨 2.9’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레벨2보다 높은 기술이란 점을 홍보하고 있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레벨2’는 자율주행이 아닌 부분 자동화 수준으로 분류하는데,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도록 규정한다. ‘레벨3’부터는 자율주행으로 분류된다. 차량이 고속도로 등 특정구간을 알아서 주행하고, 비상시에만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넘긴다. 운전자는 시스템이 요청할 경우에만 운전하기 때문에 차량이 알아서 주행할 땐 전방주시 의무가 없다.

김주원 기자
자동차업계가 레벨3 출시를 고민하는 건 차량 시스템과 운전자가 통제권을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게 쉽지 않아, 자칫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우려되는 긴급한 상황에서 휴대폰·노트북 등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운전자에게 다시 조향권을 넘겨야 하는데, 운전자마다 반응 속도가 다르고 상황 인지·대응 능력도 다르다. 사고 발생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고가 발생한 뒤도 문제다. 사고의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는지, 차량제조사에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 레벨3를 구현하는데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어가지만, 소비자들이 이 기능을 믿고 구매할지도 미지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작동하는 레벨3 개발 비용은 최대 15억 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현재 레벨2 시스템을 도심에서도 완벽하게 주행하도록 개발하는 비용보다 두 배나 많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큰 레벨3을 개발·출시하는 것보다, 이미 상용화된 레벨2 기술을 고도화하는 게 더 안전한 선택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술보다는 제도적 한계라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레벨3 기술은 사실상 완성단계”라면서 “사고 발생 원인이 차량 프로그램인지 운전자 개입인지 명확하게 가릴 분석 시스템이 없어 차량제조사와 보험사 모두 레벨3 도입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업계의 관심이 엔비디아의 공용 자율주행 플랫폼(알파마요) 출시에 쏠리는 이유가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보험과 책임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한국에선 미국과 달리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놓는 것도 불법이라 자율주행 확산이 늦춰지고 있는데 기술 진보에 발맞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석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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