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부산 부산진구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동물원 삼정더파크.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지난 6년간 방문객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다. 이 기간 불어난 까마귀 떼의 울음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물원 특유의 배설물 냄새도 코를 자극했다.
아시아코끼리 ‘뭄미’는 기자가 동물사 쪽으로 다가가자 오랜만에 본 외부인을 관찰하려는 듯 울타리 쪽으로 바짝 붙어섰다. 서성이던 뭄미는 울타리 안쪽의 흙더미를 코로 슬그머니 머금더니 갑작스레 기자가 있는 쪽으로 던지듯 쏘아 보냈다. 동행한 안동수 삼정더파크 본부장은 “뭄미는 코로 농구공을 골대에 집어넣는 공연을 하던 코끼리다. 휴업 전에도 방문객에게 그런 장난을 치곤 했다. 반가움의 표시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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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 ‘사람구경’ 관심, 원숭이들은 폐사
뭄미는 물론 펭귄과 타조·코아티·산양 등도 ‘사람구경’하듯 우리 가장자리 쪽으로 다가서며 오랜만의 방문객에게 관심을 보였다. 시베리아 호랑이와 아프리카 사자, 코디악 베어(곰) 등 대형 맹수는 한가로이 우리 내부를 거닐거나 낮잠을 자는 모습이었다.
반면 동물원 중앙 쪽에 놓인 원숭이 동물사는 텅 비어 있었다. 본래 망토개코원숭이 등 원숭이 20여 마리가 강화 유리창을 사이에 둔 채 방문객의 행동을 따라 하는 등 재롱을 피우던 곳이다. 안 본부장은 “문을 닫은 상태에서도 매주 2, 3회씩 수의사가 와서 동물 건강 상태를 살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원숭이들 사이에 폐렴이 돌았다. 전염성이 강하고 치명적인 질병이어서 이때 원숭이들이 폐사해 지금은 동물사가 비어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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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동물원 매입, 내년 재개장
삼정더파크는 삼정기업이 2014년 4월 개장해 운영했다. 부산 유일의 동물원으로 초기엔 인기몰이를 했지만, 적자가 누적되며 2020년 4월 문을 닫았다. 운영 중단 이후 삼정기업과 부산시 사이엔 소송이 진행됐다. 동물원은 행정지원 등을 골자로 한 삼정기업과 부산시 협약에 따라 민간투자 방식으로 조성됐는데, 협약 이행 여부와 운영 실패 책임 등을 놓고 분쟁이 일면서다.
분쟁 끝에 부산시는 삼정더파크 부지와 시설을 매입하기로 최근 삼정기업과 합의했다. 매매 대금은 478억2500만원으로, 다음 달 15일 계약이 진행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계약금으로 10%를 내고 잔금은 2, 3년에 걸쳐 지급할 예정”이라며 “계약 시점에 동물원 운영권은 부산시로 넘어온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동물원을 정비해 내년에 재개장할 예정이다. 정식 개장에 앞서 올해 10월 부산시민의날 전후(10월 5일) 임시개방도 함께 검토한다. ‘생명 존중 동물원’이 운영 모토다. 기존 지형과 식생을 최대한 보존하고 노후한 동물사를 우선 개선한 뒤 종별 특성과 행동을 반영해 서식 공간을 재배치한다.
부산시는 운영 중단 기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동물을 돌본 삼정더파크 직원(13명)의 고용을 승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많은 시민이 동물원 운영에 관심이 큰 만큼 교육 프로그램 등 시민 참여 콘텐트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개원 때부터 동물원에서 근무한 안 본부장은 “동물을 잘 돌봐 방문객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사육사의 보람이다. 운영 중단 기간 동물들이 천덕꾸러기처럼 비치는 게 안타까운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재개장 이후에도 내가 동물원에서 근무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일하는 동안 안전하고 내실 있는 재개장 준비가 이뤄지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