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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짜리 드론, 탄약처럼 쓴다…이란이 깨뜨린 전쟁공식

중앙일보

2026.03.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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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드론 전쟁

전통적으로 전쟁의 승패는 전투기와 전차, 장거리 포병, 대형 미사일과 같은 고가의 정밀 무기 체계를 얼마나 보유·운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군사력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최근의 분쟁은 그러나 이런 전력 우위의 공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 드론전(Drone Warfare)’이란 개념의 대두다. 대표적 사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은 전장 감시와 표적 식별, 포병 사격 유도, 자폭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우크라이나가 장기간 전쟁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 분쟁에서도 드론이 감시와 타격 임무에 활용되는 사례가 나타났으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에서도 드론의 활용은 확대되고 있다.

샤헤드-136 자폭드론, 비행거리 2000㎞ 넘어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석유시설에서 요격된 이란 드론 잔해로 인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대 드론전의 핵심 개념은 비교적 단순하다. 저렴한 드론을 대량으로 전장에 투입해 상대의 전차, 미사일, 방공 체계와 같은 고가 장비를 공격하거나 소모시키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의 무기를 활용해 전장에서의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전쟁 수행의 효율성과 전력 운용의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 이런 ‘비용 교환비(cost exchange ratio)’ 때문에 드론이 현대 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당장 주목받는 건 이란이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드론을 대량 생산해 운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국제 제재로 인해 첨단 무기 체계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이란의 군사 환경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란의 드론 산업은 IRGC(이슬람 혁명수비대)와 국영 방산 기업들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HESA(Iran Aircraft Manufacturing Industrial Company)와 QAI(Qods Aviation Industries)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미국·이스라엘 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드론은 샤헤드-136(Shahed-136) 자폭 드론이다. 이 드론은 약 2000㎞ 이상의 비행 거리를 가진 장거리 공격 드론으로, GPS 기반 항법 시스템을 이용해 목표 지점을 향해 비행한 뒤 자폭 공격을 수행한다. 약 2만~5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방공 미사일에 비해 매우 낮은 비용이다.

이란은 이런 드론을 대량으로 동시에 투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상대의 방공망을 포화 상태로 만들고, 일부 드론이 방어망을 통과해 목표를 타격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분쟁에서도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 방공망을 구성하는 요격 미사일을 소모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이란은 값싼 자폭 드론을 활용해 중동 주변 지역의 목표물에 대한 공격이나 위협을 수행함으로써,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군사적 압박과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미 CNN방송이 “미 의회 브리핑에서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 의장이 이란 드론이 예상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한 일도 있다. 이란의 드론은 동맹국인 러시아에도 공급되어 러·우 전쟁에서 활용된 바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MQ-9 리퍼(Reaper)와 같은 고성능 장기체공 드론 중심의 전략을 유지해 왔다. MQ-9 리퍼는 장시간 공중에서 정찰과 정밀 타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무인 공격 플랫폼으로, 초기에는 ‘프레데터 B(Predator B)’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었다. 대당 3400만 달러로, 미국 해·공군과 영국 공군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대테러 작전과 정밀 타격 임무에서 널리 활용돼 대중에게도 비교적 알려진 무인 항공기 체계다.

미국도 그러나 최근엔 전장에서 대량으로 운용할 수 있는 소형 무인 체계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육군이 추진하고 있는 ‘스카이파운드리(SkyFoundry)’ 프로그램이 그 예다. 군과 민간 산업이 협력해 소형 전술 드론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월 1만 대 이상의 드론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수년 내 최소 100만 대 규모의 드론 전력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드론을 분대 단위로 보급하는 것 역시 제시되고 있다. 이는 드론을 전통적인 항공기가 아닌 일종의 소모 가능한 탄약처럼 활용 및 운용하려는 개념적 변화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여러 기술적 기반을 동시에 발전시키고 있다. 우선 상용 전자부품(COTS)을 적극 활용해 생산 비용을 낮추고 개발 속도를 높이고 모듈형 설계를 적용해 센서와 통신 장비, 탑재 장비를 임무에 따라 빠르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자율 비행 기술과 다수의 드론을 동시에 운용하는 ‘스웜(swarm) 전술’ 기술도 중요 요소다. 분산형 생산 네트워크와 3D 프린팅 같은 첨단 제조 기술 역시 드론의 신속한 생산과 유지·보수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드론을 단순한 무인 항공기 체계가 아니라, 대량 생산과 네트워크 기반 운용을 전제로 한 새로운 전장 전력으로 바라보는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드론 전략은 정밀 감시와 타격 능력을 하나의 작전 체계로 통합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센서-투-슈터(sensor-to-shooter)’ 네트워크란 개념으로, 드론이 수집한 정보는 지상군, 포병, 공군 전력과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목표 탐지에서 타격까지 이어지는 작전 시간을 크게 줄인다.

이스라엘의 드론 산업은 주로 IAI(Israel Aerospace Industries)와 엘비트 시스템즈(Elbit Systems) 같은 방위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IAI가 개발한 드론엔 헤론(Heron) 시리즈가 있다. 헤론은 약 30시간 이상의 체공 능력을 가진 중대형 정찰 드론으로 고해상도 영상 센서와 레이더 장비를 활용해 넓은 지역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 약 900만~10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엘비트 시스템즈에선 헤르메스-450과 헤르메스-900이 있다. 헤르메스-450은 약 20시간 이상의 체공 시간을 가진 전술 정찰 드론으로 2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헤르메스-900은 보다 발전된 모델로 30시간 이상의 체공 능력과 약 300㎏ 수준의 탑재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700만~3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도 저가드론 대응 방공 체계 고민해야
이스라엘 드론 기술의 또 다른 특징은 배회탄(loitering munition) 분야다. IAI가 개발한 자폭 드론인 하롭(Harop)은 공중에서 목표를 탐색하다가 발견 즉시 자폭 공격을 수행하며, 특히 적 레이더 신호를 탐지해 공격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약 3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능력은 이번에 이란의 지하 미사일 기지에 제약을 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지 상공에서 정찰하고 있다가 움직임이 포착되면 바로 타격하는 방식으로 공격해서다.

최근의 드론 전쟁 양상은 러·우 전쟁 때와도 달라졌다. 러·우 전쟁 초기에는 상용 드론을 개조한 정찰 드론이나 FPV(1인칭 시점) 자폭 드론이 주로 전술적 수준의 전투에서 활용됐고 소규모 부대 단위 교전의 양상을 크게 바꾸었다.

근래 중동 지역에서의 양상은 전략적 전력의 한 축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란은 장거리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투입해 상대의 방공망을 소모시키는 방식으로 드론을 운용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드론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는 드론을 소수의 고가 장비가 아니라 대량 생산과 지속적 투입을 전제로 한 전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러·우 전쟁이 드론을 전술적 전장의 핵심 도구로 부상시켰다면, 최근의 군사 충돌은 드론을 전략적 전력 체계로 확장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한국과 같이 고도화된 방공망과 첨단 무기 체계를 보유한 국가일수록, 저가 드론의 대량 공격에 대비한 방공 체계의 대응 능력과 비용 효율성 문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 역시 드론 산업과 군사 운용 개념을 함께 발전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윤용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스탠퍼드대 박사. 싱가포르 난양공대 기계항공 공학부 조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방산드론특화개발연구소 소장으로 ‘초소형 나노 드론’과 ‘형상 변형 드론’ 국산화를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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