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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이 연 '추격의 길'…사이버 레커들, 美법원서 신상 털린다

중앙일보

2026.03.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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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들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 유예를 선고받은 유튜버 '탈덕수용소' 박모. 박씨가 2024년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익명을 무기로 악의적인 허위 콘텐트를 유포하는 ‘사이버 레커’의 피해자들이 미국 법원을 찾고 있다. 미국의 증거개시 제도(디스커버리 제도)를 이용해 사이버 레커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사법적 처벌을 구하기 위해서다. 국내 기관과 법원의 요청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정보제공을 꺼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미국 증거개시 제도 앞에서는 순순히 물러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유튜버 ‘탈덕수용소’ 사건은 증거개시제도로 사이버 레커 처벌한 첫 사례다. 유튜버 박모(37·여)씨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탈덕수용소’라는 채널을 운영하면서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씨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박씨를 재판대에 세운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 법원의 증거개시 인용 결정이었다. 미국 연방법 1782조에 근거한 증거개시제도는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이나 제 3자로부터 소송과 관련된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절차다. 한국에서 악성 유튜버를 상대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실을 근거로 미국 법원에 증거개시를 신청해 인용 결정을 끌어낼 수 있다. 장원영과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5월 구글 본사를 관할하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증거개시 인용 결정을 토대로 박씨 이름과 개인정보를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자료를 토대로 2024년 5월 박씨를 기소했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거둔 2억1000만원도 범죄 수익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
아이브 장원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이후 악성 사이버 레커에 시달리던 피해자들이 줄줄이 미국에 증거개시를 신청했다. BTS의 멤버 뷔와 정국, 가수 강다니엘도 박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모두 승소했다. 가수 아이유 측도 미국에서 증거개시를 활용해 악성 댓을을 단 사람들에 대한 신원정보를 확인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의사와 변호사, 유튜버 등 일반인도 미국의 증거개시 제도를 사용해 허위 정보나 악성 댓글에 대응하고 있다. 증거개시 제도로 민·형사 소송이 진행되자 일부 유튜브 계정들은 그동안 올린 비난 영상을 비공개하거나 채널을 삭제하고 있다. 한 유튜브 채널은 지난해 11월 “특정인을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며 “법적 절차가 예고돼 영상을 비공개한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증거개시 제도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가수 저스틴 비버는 2022년 자신을 “성폭행범”이라고 주장한 엑스(X) 계정의 신상 정보를 증거개시제도로 확보하는가 하면, 2017년 이탈리아에선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를 상대로 “마피아”라고 지칭한 X 계정 역시 증거개시제도로 신원이 드러났다고 한다.



박현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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