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486]은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포토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는 상암산로 48-6에 있습니다. "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드럼 합주를 하는 모습이 보도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연주를 마친 뒤 다카이치 총리에게 국산 드럼을 선물했다는 뉴스도 뒤따랐다. 고교 시절부터 록 밴드를 결성해 드러머로 활동하고, 처음 의원 당선 당시 드럼 스틱을 지니고 다녔을 정도로 드럼에 열정적인 다카이치 총리에게 이 대통령이 자신 있게 선물한 이 드럼은 현재 유일한 '메이드 인 코리아' 드럼 제작 업체인 '마커스뮤직' 제품이었다.
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두고 외교부의 요청을 받은 마커스뮤직 박성영 대표는 보유 중인 어쿠스틱 드럼을 소개했고, 논의 끝에 180만원 상당의 '마커스 프로사운드'를 선택했다. 보통 드럼 세트는 베이스, 스네어, 탐탐 등 5개 드럼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 한 가지 종류의 나무로 제작된다. 하지만 프로사운드는 각각의 드럼마다 소리가 어울리는 다른 나무로 제작된 점이 특징이다. 서로 다른 나무가 모여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스토리를 외교부가 주목했다고 박 대표는 밝혔다. 외교부는 여기에 자개 문양의 컬러와 미국에서 제작한 드럼 헤드를 부착해 줄 것도 주문했다.
박 대표는 두 정상의 합주 이후 마커스뮤직의 드럼의 판매가 늘고 관심도 높아졌지만, 일반 가정에서 연주하기 쉽지 않은 어쿠스틱 드럼 특성상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드럼에 대해 국민적 흥미가 늘고 유일한 국산 드럼 제작사로서 브랜드 스토리가 하나 더 쌓인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업가 이전에 드럼 연주자였다. 22년 전부터 드럼을 전공하고 호주에서 음악 공부도 했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등이 공연했던 미8군에서 연주한 1세대 드러머인 아버지 박흥진 씨의 영향이 컸다. 준수한 외모 덕분에 고교 시절에는 대형기획사(FNC)로부터 아이돌 밴드 영입 제안을 받기도 했다. 현재도 2013년 결성된 밴드 로드커넥션의 메인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가들이 원하는 바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드럼을 제작할 수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 중에 연주자가 드럼 회사 대표인 경우는 마커스뮤직이 유일하다고 박 대표는 밝혔다.
연주자였던 박 대표가 기업가로 변신한 것은 호주 유학 시절 만난 외국인 친구가 계기가 됐다. 혼자 드럼을 직접 만들어 호주 브랜드로 판매까지 하는 자부심이 강한 친구였다. 박 대표는 그를 보며 드럼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결정적인 계기는 연주를 위해 귀국했을 때였다. 연주용으로 제공된 일제 드럼의 가격 대비 퀄리티에 아쉬움을 느꼈다. 왜 한국에서는 드럼을 만들지 않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는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품질에 드럼을 직접 만들어 보고자 사업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박 대표는 두 사람이 페달과 의자만 만들다가 최고의 드럼 회사로 거듭난 미국의 'DW드럼'을 롤모델로 삼았다. 박 대표가 20살 무렵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1500만원 상당의 드럼도 DW드럼이었다. 소리가 강한 특징이 있는 DW드럼 바탕에 대중적인 기호를 가미해 마커스뮤직만의 드럼을 제작했다. 유통 단계를 줄여 단가를 낮추고 북아메리카 메이플 나무 등의 고급 소재를 사용해 같은 가격대의 제품 중엔 마커스뮤직의 적수가 없을 것이라고 박 대표는 자신했다. 어쿠스틱 드럼은 사용자의 70% 이상이 프로 연주자인데 현재 대학교수나 연주자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쪽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등 실적도 우상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커스뮤직은 국내 드럼 시장을 넘어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꿈꾸고 있다. K-브랜드와 한국적인 사운드를 강조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국악기 장구의 소재인 한국산 느티나무를 재료로 한 드럼 제작도 연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추운 지역에서 자란 밀도가 높은 나무를 수입해서 사용한다. 박 대표는 "쉽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목표는 하나였다"며, "한국 드럼에 역량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