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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것 아니냐"는 오해가 찬사로 바뀌는 순간…'토종 스테이크'의 힘 [쿠킹]

중앙일보

2026.03.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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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한 곳의 스테이크하우스를 찾아 그 집만의 고기 철학과 조리 방식, 공간의 결을 차분히 기록하는 〈스테이크의 정석〉을 시작합니다. 스테이크 전문가 김광중 셰프가 화제성보다 완성도에 주목해 스테이크 한 접시에 담긴 디테일을 짚어봅니다. 첫 화는 부첼리하우스입니다.


스테이크는 표면을 강하게 시어링해 육향과 식감을 끌어올리고, 속은 육즙과 부드러움을 살렸다. 이렇게 완성한 겉바속촉의 굽기는 뜨거운 접시에 제공돼 마지막 한 점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사진 김광중
스테이크의 정석 ① 부첼리하우스

본질에 충실하다는 것은 때로는 지독한 외로움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요즘 외식 시장에서 부첼리하우스는 약 10년 가까이 ‘원육의 순도’라는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SNS 속 수많은 스테이크 하우스들이 화려한 인테리어와 가성비를 앞세우는 사이, 이곳은 비교적 클래식한 방식으로 강한 시어링에서 오는 육향과 특수부위의 풍미에 집중합니다. 유행을 좇기보다 고기가 스테이크로 완성되는 과정 자체에 주목하는 거죠.

2016년 11월 문을 연 이곳은 대중적인 인지도보다는 스테이크 마니아와 푸디 사이에서 먼저 회자됐습니다. ‘수요미식회’에 소개되며 이름을 알렸고 연예인들의 방문도 이어지며 꾸준히 입소문을 탔죠. 미국 본토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운 스테이크하우스들과 달리, 부첼리하우스는 토종 스테이크하우스를 지향합니다. 수입육의 원산지 비교보다는 한우의 장점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연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한우 조합과의 계약을 통해 미경산 한우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사육 환경과 사료의 편차를 최소화해 비교적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정육·외식 브랜드 라인업의 연장선에 있는 스테이크하우스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매장 입구의 부처룸에는 고기가 진열돼 있다. 이러한 연출은 원육에 대한 신뢰는 물론, 식사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인다. 사진 김광중
부첼리하우스의 경쟁력은 원육 소싱 구조에 있습니다. 고기 유통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일반 레스토랑보다 원육 선점과 숙성 관리에서 비교적 유리한 조건을 갖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선보이는 ‘내등심’과 ‘외등심’은 수입육 정형이 아닌 한우식 정형을 적용한 부위로,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하면서도 진한 육향과 식감을 강조합니다. 원재료의 선명한 개성을 중시하는 이들의 방향성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식전빵으로 스페인식 판 콘 토마테를 제공한다. 보는 재미와 경험하는 즐거움, 그리고 맛까지 만족시키는 한 접시다. 사진 김광중
식전 메뉴로 제공되는 스페인식 ‘판 콘 토마테’ 역시 이곳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됩니다. 포크에 꽂아 제공되는 마늘과 토마토를 직접 문질러 완성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식전빵 이상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복잡한 기교보다 좋은 재료의 조합에 집중한다는 브랜드의 태도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는 구성입니다.

부첼리하우스의 완벽하게 시어링된 스테이크는 “나 오늘 여기 왔다”를 인증하게 만드는 시그니처 메뉴다. 사진 김광중
부첼리하우스 스테이크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팬 시어링입니다. 겉면은 바삭하게 익히고 내부에는 육즙을 남기는 조리 방식으로 마이야르 반응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린 스타일입니다. 다만 이 강한 시어링은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호불호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겉면이 짙게 형성된 크러스트 때문에 “탄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크러스트만 따로 맛보면 수분이 빠지며 응축된 진한 육향을 느낄 수 있어, 이곳의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풍미 위주의 선택이라면 ‘내등심’, 마블링과 부드러움을 원한다면 ‘등심꽃’, 보다 연한 식감을 원한다면 안심이 무난한 선택지입니다. 모든 스테이크는 주문 후 팬 시어링으로 조리됩니다.

또 하나 고려할 점은 한우 특유의 마블링입니다. 풍부한 지방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지만 두꺼운 스테이크를 한입에 크게 먹으면 생각보다 빠르게 느끼함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고기를 한 번에 크게 베어 먹기보다 적당한 크기로 나눠 천천히 맛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메리칸과 프렌치의 사이
국내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에스카르고(달팽이 요리)는 와인과 페어링하기 좋은 메뉴다. 이곳에서는 라구 소스를 더해 깊은 풍미와 특별함을 한층 끌어올렸다.사진 김광중
스테이크 외 메뉴 구성도 비교적 탄탄한 편입니다. 달팽이 요리, 랍스터, 감자 요리 등 클래식한 사이드와 스타터가 준비되어 있어 식사의 완성도를 보완합니다. 10여 년 넘게 근무한 지배인의 와인 추천 역시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자주 언급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소비자들 모두가 안성재 심사위원이 되어가는 요즘, F&B 시장에서 소비자보다 지식이 부족한 서비스 담당자들이 주는 경험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간이 주는 인상
인테리어는 지나치게 화려하기보다 스테이크하우스의 전형적인 무드를 현대적으로 정리한 분위기입니다. 오픈 키친과 조명, 프라이빗 룸 구성이 공간의 신뢰감을 보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트렌드 변화가 빠른 한남동에서 10년 가까이 한 방향을 유지해 온 점은 분명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화려한 가니시나 자극적인 신메뉴 대신 원재료와 화력 조절에 집중해 온 운영 방식이 지금의 정체성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고기는 고기다워야 한다”는 명제를 비교적 묵묵하게 실천해 온 곳. 스테이크 본연의 풍미를 차분히 경험하고 싶은 날이라면 한 번쯤 떠올려볼 만한 선택지입니다.

김광중 셰프 [email protected]


김광중([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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