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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잡으면 몸 굳었다…바닥 찍은 전 국대, 업계 1위 된 사연
중앙일보
2026.03.06 21:08
2026.03.0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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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37)는 2008년 KLPGA 정규투어 신인으로 상금랭킹 15위를 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납득하지 못했다.
비교 대상이 문제였다. 어릴때부터 함께 경쟁한 신지애·최나연 등이 투어 최고 선수들이었다. 뭐든 대충 하는 성격이 아닌 데다 국가대표 주장까지 지낸 이창희에게 15위는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어려운 숫자였다.
이듬해는 30위로 밀렸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스윙 메커니즘에 대한 집착으로 변했고, 집착은 입스(yips)를 불렀다. 클럽을 잡으면 몸이 굳었다. 선수 생활은 그렇게 끝났다.
자존감이 바닥난 채 사회에 나왔다. 공장에서도 일했고, 나쁜 친구의 꼬임에 빠져 다단계 회사 말단 영업직도 해봤다. "바닥을 쳐봤다"며 이창희는 웃었다.
레슨을 시작하면서 전환점이 왔다. 고객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본인이 먼저 잘 쳐야겠다는 생각에 연습을 재개했고, 대회에도 나갔다. 그러다 은인을 만났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부인이자 현 한국브리지협회 회장인 김혜영 회장이었다. 현대해상 프로암 대회에 나간게 인연이 됐다. 볼이 잘 맞지 않아 고생하던 김 회장이 코치 소개를 부탁했고, 정 회장이 이창희를 추천했다.
이후 이창희는 프로암 행사 대행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시장에서 차별화한 지점은 하나였다. '예쁜 프로'가 대접받던 업계에서, 그는 '좋은 프로'를 키웠다.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으려면 그래야 한다는 김 회장의 조언이었다.
김 회장은 골프에 진심인 사람이다. 한여름 뙈약볕에도 연습장을 지켰고, 신지애 등 정상급 선수들과 교류하며 골프계 안팎에 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2024년 이창희가 세운 더골프컴퍼니는 굵직한 기업들의 프로암 행사를 도맡았다. 올해 1500팀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팀 수 기준 업계 1위다.
더골프컴퍼니 소속 프로들은 레슨 역량 교육뿐 아니라 비즈니스 매너, 테이블 매너, 대화법까지 익힌다. 스윙만 잘해서는 안 된다. 고객과 어떻게 대화하고, 어떻게 분위기를 이끌고, 자리를 마쳤을 때 어떤 인상을 남길 것인지까지 가르친다.
이창희 대표는 "선수 생활을 마친 후배들에게 좋은 길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 말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성호준(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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