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리랑카에 "침몰 이란군함 생존자 송환 말라" 압박(종합)
"선전에 이용 막아야"…인도도 이란 군함 1척 정박 허용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국이 스리랑카 인근 공해에서 미군 공격에 침몰한 이란 군함 생존자들을 이란으로 송환하지 말라고 스리랑카 정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인도 정부는 이란의 요청으로 다른 이란 군함 1척의 정박을 허용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미 국무부 전문에 따르면 제인 하웰 스리랑카 주재 미국 대사대리는 격침된 이란 호위함 데나함 생존자들과, 스리랑카 정부가 구조한 이란 보급함 부셰르함 승조원들을 이란으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스리랑카 측에 요구했다.
국무부는 전문에서 이란이 이들을 송환받아 선전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스리랑카 정부가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웰 대사대리는 또 스리랑카를 관할하는 레우벤 아자르 인도 주재 이스라엘 대사에게도 스리랑카가 승조원들을 이란으로 보낼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레우벤 대사는 하월 대사대리에게 이란 군함 승조원들의 '전향'을 권유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는지 물었다고 전문은 전했다.
전문에 따르면 부셰르함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스리랑카 당국이 관할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일 스리랑카 남쪽 40㎞ 해상에서 데나함이 미군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하자 스리랑카 해군은 해상에서 사망자 시신 87구를 수습하고 생존한 승조원 32명을 구조했다.
이어 지난 5일 콜롬보 부근 스리랑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다가 엔진 고장으로 구조를 요청한 부셰르함을 스리랑카 동부 트링코말리항에 수용했다.
스리랑카 해군에 따르면 부셰르함 승조원 중 204명은 콜롬보 인근 해군기지로 이송돼 입국 절차와 건강 검진을 받았다. 나머지 승조원 15명은 스리랑카 해군의 도움을 받아 부셰르함 기관 고장을 수리하기 위해 배에 남아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아누라 디사나야케 스리랑카 대통령은 5일 TV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번 분쟁에서 어느 일방을 편들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지만 인명을 구하기 위해 조처를 했다"면서 데나함 생존자 구조와 부셰르함 수용이 인도주의적 책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매우 명확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어떤 국가에도 치우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국가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최근 중립국이 교전 국가의 전투원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억류해야 한다는 헤이그 협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이번 전쟁에서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스리랑카의 최대 수출 시장이며 이란은 스리랑카의 주요 수출 품목인 차의 주요 수입국이다.
이란 정부는 스리랑카에 데나함 사망자들의 시신 송환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송환 시기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데나함 생존자들의 신병 처리를 위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협의 중이라고 AFP에 말했다. 또 이들 생존자에게는 국제인도법이 적용되며 부상자들은 요청 시 이란으로 송환될 수 있다고 한 스리랑카 관리가 전했다.
인도 정부도 이란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4일 이란 해군 상륙함 라반함을 인도 남서부 케랄라주 코치항에 정박하도록 했다고 S.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부 장관이 이날 밝혔다.
라반함 승조원 183명은 현재 코치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반함은 데나함·부셰르함과 함께 지난달 25일 끝난 인도 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항 앞바다에서 열린 '밀란 2026' 함대 사열식에 참가했었다.
이후 귀국길에 올랐다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군함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겼다면서 정박 요청을 인도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우리는 법적인 문제보다는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승조원 중 다수가 젊은 사관생도였다. 그들은 하선해 인근 시설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승조원들은 군함 수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인도에 머물 예정이며 인도 당국은 이들을 이란으로 송환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아직 취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이 블룸버그 통신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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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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