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합니다”와 “최강한화”를 주문처럼 외치며 긴 암흑기를 버텨낸 한화 팬들. 지난해 그들에게도 마침내 가을야구가 찾아왔습니다. 2006년 ‘괴물’ 류현진을 품에 안은 한화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19년 만의 한국시리즈에 도달하기까지, 그 여정을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앙일보 유료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331)에 담았습니다.
“아, 네가 걔구나?”
2005년 8월. 인천 원정 중이던 정민철은 한화 이글스 선수단 숙소인 로얄호텔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까까머리 선수와 마주쳤다. 평소 고교야구 경기를 찾아보지 않던 정민철이 그 선수를 알아본 건 순전히 우연의 일치. 바로 전날 낮 숙소에서 TV를 틀었다가 고교야구 경기를 잠깐 봤는데, 그때 마운드에 있던 투수를 다음 날 눈앞에서 맞닥뜨린 거다. 직구와 커브로 먹고살았던 정민철은 그 선수의 커브가 마음에 쏙 들어 눈여겨봤다.
정민철의 눈을 사로잡았던 그 투수는 동산고 3학년 류현진. 당시 인천 문학야구장에선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가 한창이었고, 류현진은 청소년 대표팀 멤버로 로얄호텔에서 합숙 중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내심 반가운 마음에 일단 알고 있는 척은 했는데, 딱히 더 할 말은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너 볼 좋더라.” “감사합니다!” 그게 끝. 그렇게 둘은 서로 갈 길을 갔다. 며칠 뒤, 정민철은 바로 그 투수가 신인 2차 지명에서 한화의 1라운드 선택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년 봄에 하와이(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나겠군.’ 류현진은 일단 그렇게 정민철의 기억에서 잊혔다.
2006년 2월. 정민철은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그 소년 투수와 재회했다. 당시 한화 선발진은 소위 ‘철밥통’이었다. 송진우, 정민철, 문동환 등 기존 베테랑 선발투수들은 그때까지 밥그릇 걱정을 별로 안 하고 살았다. ‘선발 경쟁’은 그저 남의 팀 얘기. 당연히 다음 시즌에도 선발 한 자리가 보장됐을 거라 여겼다. 무엇보다 그들을 위협할 만한 후배 투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해, 캠프 분위기가 미세하게 요동쳤다. 정민철은 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한다. 외야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데, 베테랑 심판 한 명이 상기된 얼굴로 달려왔다. 저 멀리 불펜에서 신인 류현진이 막 피칭을 끝낸 뒤였다. 그 심판은 다짜고짜 엄지를 치켜세웠다. “야, 너네 물건 하나 나오겠더라.”
처음엔 그 시기에 으레들 하는, 신인 선수를 향한 격려 섞인 립서비스로 여겼다. 그런데 평소 감정 표현이 크지 않던 최동원 투수코치가 류현진을 유독 예뻐하는 게 눈에 보였다. 당시 김인식 감독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지휘하러 자리를 비운 상태였는데, 최 코치가 김 감독에게 전화해 “신인 하나 제대로 들어온 거 같다”며 기뻐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류현진이 캠프 자체 청백전에 처음 등판하던 날, 불펜 연습 투구를 지켜보고 나서야 위기감이 몰려왔다. 정민철은 그때부터 부쩍 훈련을 열심히 하게 됐다.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베테랑 투수들도 왠지 같은 마음인 것 같았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이심전심. ‘아, 이거 심상치 않다.’
그래도 개막 전까지는 류현진을 둘러싼 외부의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 분위기가 확 달라진 건 2006년 4월 12일. 한화의 고졸 신인 투수 류현진이 LG 트윈스를 상대로 프로 데뷔전을 치른 날이었다. 앳된 얼굴의 신인 투수가 LG 첫 타자 안재만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순간, 잠실구장 공기가 달라졌다. 삼진, 삼진, 삼진 그리고 또 삼진. 류현진은 7과 3분의 1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의 4-0 승리를 이끌고 프로 첫 승리를 따냈다.
그후 며칠간 정민철이 야구장 안팎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류현진’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렸다. “걔 뭐야?”라는 감탄사와 함께.
※그렇게 등장부터 세상을 놀라게 한 류현진은 그 후 20년이 흐른 2026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여전히 국가대표 에이스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참 싱싱했던 그의 왼팔로도 막지 못한 한화의 추락, 그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암흑의 시간, 그가 다시 돌아와 동료들과 함께 맞이한 한화의 가을 이야기 등은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 구독 후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