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이쯤 되면 탈출은 지능 순이 아니라 '생존 본능'이다!" 런던에 남았다면 강등의 비극을 함께 쓸 뻔했다. 하지만 '캡틴' 손흥민(34, LAFC)은 달랐다
영국 'BBC'의 필 맥널티 기자는 6일(한국시간) "누가 토트넘의 위기를 만들었나"라는 심층 보도를 통해 현재 프리미어리그 강등 위기에 처한 토트넘의 참상을 전했다.
지난 6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팬들이 전반전도 끝나기 전에 짐을 싸서 나가는 '대탈출'이 벌어진 가운데, BBC는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 손흥민을 떠나보낸 보드진의 '자폭 행정'을 정조준했다.
BBC는 토트넘 몰락의 가장 뼈아픈 대목으로 '주포들의 전멸'을 꼽았다. 토트넘은 지난여름, 454경기에서 173골을 터뜨리며 팀의 상징으로 군림했던 손흥민을 미국 MLS의 LAFC로 떠나보냈다.
10년 가까이 토트넘의 공격진을 지탱하며 위기 때마다 '원더골'로 팀을 구했던 해결사를 잃은 대가는 상상 이상으로 가혹했다.
이미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해리 케인(280골)에 이어 최근 브레넌 존슨까지 매각되면서, 토트넘은 최근 3시즌 동안 팀 득점의 80%를 책임지던 '톱 3' 스코어러를 모두 잃었다.
전 토트넘 골키퍼 폴 로빈슨은 BBC를 통해 "가장 뼈아픈 점은 지난 3년 동안 팀의 최다 득점자 3명을 모두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지금 토트넘에는 골을 넣어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손흥민을 내보내며 확보한 자금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토트넘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에베레치 에제(크리스탈 팰리스) 영입에 사활을 걸었지만, 숙적 아스날에 '하이재킹'을 당하며 안방에서 코를 베였다. 노팅엄의 모건 깁스-화이트 영입마저 막판에 무산됐다.
대안으로 영입한 사비 시몬스와 모하메드 쿠두스는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먹튀' 소리를 듣고 있다. 여기에 제임스 매디슨의 ACL 부상과 데얀 쿨루셉스키의 수술이 겹치며 토트넘 중원은 초토화됐다. BBC는 "손흥민이라는 확실한 '상수'를 지우고 도박을 걸었지만, 그 결과는 구단 역사상 최악의 대실패였다"라고 꼬집었다.
경영진을 향한 팬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다니엘 레비 전 회장의 뒤를 이은 비나이 벤카테샴 CEO와 요한 랑게 단장 체제는 '비즈니스'에는 밝았을지 몰라도 '축구'에는 무지했다.
팬 칼럼니스트 '바르디'는"레비 대신 온 소위 '정장 군단(Suits)'들은 축구 지능(Football IQ)이 없다. 손흥민 같은 핵심 자원을 팔고 이름값만 있는 선수들로 팀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라고 일갈했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손흥민의 행보는 단연 돋보인다. 미국으로 건너간 손흥민은 최근 경기에서 2도움과 상대 퇴장 2개를 유도하는 등 MLS 무대를 그야말로 '폭격' 중이다.
런던에서 강등권 사투를 벌이며 팬들의 야유를 받았을 상황을 생각하면, 손흥민의 LAFC행은 축구 인생 최고의 선택이자 '올해의 탈출상' 후보 0순위다.
BBC는 "아스날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 토트넘은 2부 리그로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잔인한 시즌 결말을 예고했다. 19세 유망주 아치 그레이에게 팀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토트넘의 현실은 참혹하다.
결국 손흥민이라는 정신적 지주를 헐값에 넘겨준 토트넘 보드진의 선택은 구단 역사상 최악의 자충수가 됐다. 반면 지옥 같은 토트넘을 떠나 미국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손흥민에게 팬들은 "도망쳐서 도착한 곳이 낙원이었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런던의 사자가 아닌 미국의 독수리가 된 손흥민, 그의 '역대급 탈출'이 토트넘 팬들의 눈물과 대비되어 더욱 빛나고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