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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출길 막힌 쿠웨이트…호르무즈 봉쇄에 '불가항력' 선언

중앙일보

2026.03.07 16:21 2026.03.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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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알아마디의 원유 저장고. 로이터=연합뉴스

쿠웨이트가 중동 무력 충돌 여파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을 이유로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원유 생산과 정제 처리량을 줄이기로 했다. 걸프 지역 에너지 수송 차질이 현실화하면서 국제 원유 공급 불안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쿠웨이트를 겨냥한 이란의 지속적인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항행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로 원유 및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KPC는 이와 함께 계약상 의무 이행을 일시적으로 면책받는 ‘불가항력’ 조항도 발동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통제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계약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거나 이행 시점을 늦출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KPC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의 여파로 현재 아라비아만에서 원유와 석유제품을 실어 나를 선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가 위기관리와 사업 지속 전략의 일환이라며 “상황 전개에 따라 여건이 허락하면 생산 수준을 복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쿠웨이트의 핵심 정유시설인 알아마디 단지가 이란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석유제품 생산량을 줄인 바 있다. 올해 1월 기준 쿠웨이트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260만 배럴, 정유 능력은 하루 80만 배럴 수준이다.

쿠웨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와 달리 수출용 육상 송유관망이 사실상 없어,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 통과에 의존하고 있다. 걸프 해역 안쪽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해협 봉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너지 시설 타격과 생산 차질은 쿠웨이트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도후크주에서는 미국 HKN에너지가 운영하는 사르상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은 뒤 하루 약 3만 배럴 규모의 생산이 중단됐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라스타누라 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자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세계 2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카타르 역시 이란 드론 공격으로 최대 LNG 생산시설이 피해를 입자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하고 공급을 중단했다. 시장에서는 카타르의 LNG 생산 정상화에 최소 한 달가량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걸프 지역 전반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조선 진입이 막히면서 원유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으며, 한 번 감산한 유전은 원상 복구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해협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일정 기간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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