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시절부터 싹이 보였다. 아직 경선 캠프조차 차려지지 않아 극소수의 참모들만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당시 캠프 참모 E가 전했다.(이하 경칭 생략)
" 아크로비스타에 갔다 온 분들이 ‘후보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김건희 여사가 같이 있더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거야. 그 뒤 실제로 여사와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지시들이 이것저것 하달되는 걸 보고 ‘이거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 "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 선대위원장도 말을 보탰다.
" 2021년 7월 초에 내가 윤석열을 처음 만났는데 김건희가 같이 나왔어. 그런데 윤석열은 가만히 있고, 김건희가 얘기하더라고. ‘위원장님께서 ‘윤석열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그때부터 남편이 대통령 후보로 부상했어요.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세요’라고. 내가 속으로 ‘참 웃긴다’고 생각했지. 김건희는 자기가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
김건희는 영부인이었다. 그러나 여느 영부인과 달랐다. 그에게는 내조에 전념할 의사가 적었다. 자신을 정권 창출의 주역으로 생각했던 그는 ‘공동 국정 운영자’의 마인드를 장착한 채 적극적으로 국정에 관여했다. ‘실록 윤석열 시대’ 취재팀과 마주 앉은 전 용산 행정관이 실소와 함께 옛이야기를 끄집어냈다.
휴대전화 받고 온 김건희의 한 마디, 좌중을 경악시켰다
옷매무새를 재점검했다. 머리도 다시 매만졌다. A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도착한 그곳은 삼엄했다. 떡 벌어진 어깨에 검은 양복 차림으로 총까지 찬 장정들이 뚫어질 듯 그를 훑었다. A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몸 이곳저곳을 뒤짐질 당한 뒤에야 겨우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곳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였다. 원 거주자인 외교부 장관을 쫓아내고 몇 개월의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말끔히 새 단장한 그 공간이 새 주인을 맞은 지 얼마 되지 않던 때였다.
동행자들과 함께 안내받은 자리에 앉아 제공된 일회용 도시락을 만지작거리던 순간, 그가 나타났다. 이런저런 행사 때 머나먼 거리에서 어렴풋이 바라보던 그 얼굴의 주인공, 김건희였다. 그들, 즉 대통령실 행정관들은 일순간 기립했고 김건희가 앉은 뒤 다시 착석했다.
검건희가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질문을 던졌다.
" 대통령실 오기 전에는 어디서 일했어요? "
" 용산에서 일하고 싶었던 이유는 뭐예요? "
서먹하고 무겁던 분위기가 차츰 온화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발언권이 동등해진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화자(話者)는 김건희였고, 행정관들은 청중이었다.
" 대통령은 온통 일 생각뿐이고, 국민이랑 직원들 생각뿐이에요. "
대화 초기 김건희는 철저한 영부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지원과 노력을 당부했다. 그러다가 시간의 경과와 함께 마음이 편해진 듯 말과 태도까지 편해지기 시작했다.
" 사실 남편은 대통령 할 생각이 없었어요. 어쩌다 보니까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
그러더니 화제가 그 자신으로 서서히 옮아갔다.
" 남편과 달리 나는 누구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잖아요? 내가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하는 창구에요. "
행정관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민심을 전하는 창구’라는 표현은 듣기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건희는 계속 나아갔다.
그렇게 행정관들의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을 때 김건희 옆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 잠시 행사장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고 온 김건희가 자랑스럽다는 듯 발신자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