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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와중에 "다음은 쿠바"…트럼프 '동시 전쟁' 현실 되나

중앙일보

2026.03.07 21:38 2026.03.0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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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중남미 국가들과 미주 지역의 범죄 카르텔에 공동 대응하는 연합체를 출범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의 방패'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남미 국가에 위치한 범죄 조직 소탕에 미군을 직접 동원하겠다며 사실상 서반구 전체의 군사 통제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란의 다음 타깃으로 쿠바를 지목했다. “8개의 전쟁을 끝냈다”며 ‘평화 대통령’을 자처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이어 쿠바와의 ‘세번째 전쟁’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르텔 위치만 알려주면 미군 투입”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랄 리조트에서 중남미 정상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미주의 방패(Shield of the Americas)’ 행사에서 “많은 카르텔이 정교한 군사 작전 능력을 발전시켰으며, 일부는 매우 고도로 발달했다”며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이란 공습 작전에 투입된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FA-18 호넷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 다음 타깃이 쿠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멕시코 카르텔이 이 반구의 유혈 사태와 혼란을 조종하고 있다”며 멕시코를 카르텔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미주 카르텔 대응 연합’ 출범을 위한 대통령 포고문에 서명한 뒤 “협정의 핵심은 (미국의) 치명적 군사력을 동원해 사악한 카르텔과 테러 네트워크를 파괴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적들을 물리치는 방법은 우리 군대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남미 정상들에게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그들(범죄 카르텔)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면 더 강력한 공격을 펼치겠다”고 했다. 주권국인 중남미 국가에 위치한 범죄 조직이 확인되면 미군을 즉각 투입해 군사 작전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지난 1월 5일 미군에 의해 베네수엘라 자택에서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마약 테러, 공모, 마약 밀매, 자금 세탁 등의 혐의와 관련 미국 연방 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중남미 국가와의 협의체 구성을 발표하며 주권국인 중남미 각국에 테러 조직 소탕을 명분으로 한 사실상의 상시적 미군 투입을 명문화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포고문엔 “미군은 전투력 확보를 위해 동맹국 군대를 훈련 및 동원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군 지원을 위해 주권 국가의 군대를 사실상 미국의 직접 통제 하에 두겠다는 의미다.



‘미국 우선주의’ 요구 호응…‘돈로주의’ 강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중에도 서반구에서의 종주권에 가까운 리더십을 강조한 것은 이란 전쟁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불개입 원칙을 어긴 것이라 반발하는 핵심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던 중 손을 앞으로 뻗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미국에 대한 실체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이란과의 전쟁을 치르고는 있지만, 외교 정책의 핵심은 여전히 미국 본토와 서반구 방어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돈로주의’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란 의미다.

돈로주의는 ‘먼로주의(먼로 독트린)’와 트럼프 대통령의 약칭 ‘도널드’를 합친 신조어로, 1820년대 미국의 고립주의적 대외정책을 트럼프식으로 재해석한 대외정책을 뜻한다. 핵심은 서반구에서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고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는 데 있다. 동맹국에 대한 국방비 분담 요구를 비롯해 그린란드 및 파나마 운하 등에 대한 영토 확장 시도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의 방패' 정상회의에서 '카르텔 범죄 활동 대응을 위한 공약' 문서를 들고 언론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을 발표하며 중남미 국가들을 향해 “서반구 밖 악의적 외국 세력 등의 위협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포함된 서반구 내에서의 주도권을 강조하며 서반구 밖 국가들을 잠재적인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다음 타깃 지목된 쿠바…“막다른 골목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와 미국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국방)장관이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의 방패'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자금 조달이 끊긴 쿠바가 “막다른 골목에 놓여 있다”며 “그들(쿠바)은 협상하기를 원한다. 마코(국무장관)와 나, 다른 몇몇 사람들과 협상 중”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란에 이어) 쿠바도 곧 무너질 것”이라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쿠바로) 보내 어떻게 될 지 지켜보겠다. 그들은 협상을 너무나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연설이 끝난 뒤 피트 헤스세스 전쟁(국방)장관이 연단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를 이란에 이은 다음 타깃으로 지목하며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루비오 장관을 사실상의 '해결사'로 투입한 가운데, 헤그세스 장관은 중동과 중남미에서의 '두개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폴리티코 인터뷰에선 “이란 정권이 무너지면 쿠바도 무너질 것”이라며 “50년 동안 ‘쿠바, 쿠바’ 얘기만 했는데, 나에게는 작은 문제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쿠바에 대한 군사 작전 전개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란 주장이다.



‘두개의 전쟁’ 시사…“新식민주의적 발상”

이와 관련 피트 헤그세스 전쟁(국방)장관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브래드 쿠퍼 사령관이 중부사령부에 집중하는 것처럼 프랜시스 도노반 사령관은 남부사령부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는 양쪽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강대국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미군의 중부사령부는 중동을, 남부사령부는 중남미를 관할한다. 경우에 따라 ‘두 개의 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전사자 유해 송환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이날 구성된 협의체에 대해 “이들(중남미 참여국)이 자국 문제에 미국의 군사력을 치명적 방식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며 “이는 신(新)식민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회의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가이아나, 온두라스, 파나마, 파라과이, 트리니다드토바고 등 12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멕시코와 콜롬비아, 브라질 등 좌파 정권이 집권한 국가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차례 긍정적 평가를 했던 베네수엘라도 회의에 불참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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