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대만에 또 졌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의 WBC 1라운드 3차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4-5로 패했다. 대만은 2승 2패로 1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쳤고, 일본과 대만에 진 한국은 1승 2패로 9일 호주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경기를 팽팽하게 만든 주역은 수퍼스타 김도영(KIA 타이거즈)이었다. 한국은 6회까지 1-2로 끌려갔다. 선발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2회 초 메이저리그(MLB) 통산 20홈런을 친 대만 4번 타자 장위청에게 볼카운트 1볼에서 스트라이크존 하단에 걸치는 직구를 던지다 좌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한국은 5회 말 무사 1·3루 기회를 맞았지만, 셰인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유격수 병살타로 1점을 뽑는 데 그쳐 간신히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6회 초 수비 때 곽빈(두산 베어스)이 정쭝저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면서 다시 리드를 빼앗겼다.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한 한국은 다소 기세가 꺾였다.
그때 수퍼스타 김도영이 날아올랐다. 6회 말 1사 1루에서 대만 두 번째 투수 린웨이언의 초구 직구를 벼락같이 잡아당겨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겼다. 이 홈런의 비거리는 119m, 타구 속도는 시속 176㎞였다.
김도영은 지난 5일 체코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 7일 일본전에서 5타수 1안타를 기록하는 등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내 대만의 화력에 맞불을 놓는 장타를 생산했다. 꼭 필요한 순간 값진 한 방을 터트리면서 한국의 사기를 다시 끌어올렸다.
대만도 잠잠하지는 않았다. 8회 초 대만계 빅리거인 스튜어트 페어차일드가 한국계 빅리거 데인 더닝(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재역전 2점 아치를 그렸다.
또 한 번 승기를 빼앗긴 줄 알았던 순간, 김도영이 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8회 말 2사 후 김혜성(LA 다저스)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기사회생했고, 김도영이 중견수 키를 넘어 펜스 바로 앞에 떨어지는 중월 적시 2루타를 작렬했다. 발 빠른 김혜성이 홈까지 내달려 동점 득점을 올렸다.
두 팀이 9회 나란히 점수를 뽑지 못하면서 결국 연장 10회 승부치기가 벌어졌다. 주자를 2루에 두고 무사 2루에서 시작한 10회 초, 대만은 번트를 선택했다. 한국 1루수 위트컴이 선행 주자를 잡으려고 3루로 공을 던졌지만, 오판이었다. 주자 둘이 모두 세이프되면서 무사 1·3루로 이어졌고, 결국 대만은 스퀴즈번트로 결승점을 뽑았다.
반면 한국은 1사 3루에서 김혜성의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마지막 타자 김도영이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면서 더는 반전을 일으키지 못했다.
2009년 이후 17년 만에 WBC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3이닝을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곽빈(두산 베어스)도 3과 3분의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
도쿄돔은 일본 야구의 메카지만, 이날만큼은 흡사 대만 홈 경기를 방불케했다. 대만은 대규모 원정 응원단이 도쿄를 찾아 매 경기 도쿄돔 4만 관중석을 꽉 메우고 있는데, 이날도 한국 응원단을 압도하는 인파가 몰려 일방적인 응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