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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최대 난적은 기름값…치솟는 유가에 푸틴은 웃는다

중앙일보

2026.03.07 23:06 2026.03.0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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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군사작전 확대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 앞에 놓인 최대 난적은 미국 내 기름값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공습 이후 중동의 석유 공급망이 흔들리고 이로 인해 미국 휘발유 가격이 급속도로 치솟으면서다.

7일(현지시간)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41달러를 기록했다. 불과 1주일 만에 14% 오른 수치로, 지난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AAA는 “전국 평균 가격 주간 상승률이 이 정도를 기록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3월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등지에서는 이미 5달러 선을 돌파하며 가계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미 평균 유가 갤런당 $3.41…가계경제 타격

이는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원유 공급이 차단된 데 따른 결과다. 이란이 미국 군사기지가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의 석유·가스 인프라에 보복 미사일을 퍼부은 것도 원유 생산량과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 유가는 이미 급등세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주일간 30% 이상 올라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ㆍ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이후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한 주유소에서 일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39달러로 표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디젤 가격과 항공유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물류비·항공료·식료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곧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에너지 가격 충격은 가계와 기업에 가장 파괴적인 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혀 걱정 안해…곧 떨어질 것”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 5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치솟는 유가와 관련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이 일이 끝나면 가격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며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이 일은 기름값이 조금 오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적 관여를 위해 단기적 비용은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 유권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 경제 매체 뉴스맥스머니는 “기름값은 심리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갖는다. 사람들이 매일 체감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라는 미국 투자금융 기업 시버트 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 발언을 인용하며 “기름값 상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주요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유가 상승, 트럼프·공화당에 주요 리스크”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 5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여론조사에서 ‘미국 내 가스나 석유 가격이 오를 경우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덜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이 45%를 차지했다. 전쟁 지지 여론이 유가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이란 전쟁의 시나리오별 국제 유가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현대경제연구원]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대응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공언과는 다르게 상당한 위기감이 감지된다. 최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참모들에게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아이디어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 5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제재를 30일간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차질을 빚은 국제 원유 공급을 늘려 가격 상승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 원유, 미 제재 유예로 인기상품 돼”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발생한 유가 급등 국면이 러시아에 어부지리를 안겨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러시아 에너지 산업은 저유가와 서방의 제재로 현금 부족에 시달리며 최악의 상태였다”며 “수백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는 바다에 떠 있었고 대부분 뚜렷한 목적지 없이 방치된 상태였지만 페르시아만 전쟁이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고 짚었다. 이어 “구매처를 찾기 어려웠던 러시아산 원유는 이제 인기 상품이 됐고 미국은 주요 러시아산 원유 구매자들의 구매를 허용했다”며 “중동 에너지 위기의 가장 큰 수혜자로 러시아가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장기화할 경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에 강경한 태도를 취해 온 유럽이 이를 재고할 수밖에 없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석유 정보제공업체 케이플러의 나빈 다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분쟁이 지속될수록 세계는 러시아산 원유와 정제유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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