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쇼 지난 간 자리 서사로 채운다…봄 무대 오르는 대형 뮤지컬들

중앙일보

2026.03.07 23:0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계절이 바뀌듯 무대의 풍경도 변한다. 지난 겨울 대세였던 현란한 쇼 뮤지컬이 물러가고, 그 자리를 ‘이야기’가 채운다. 탄광촌 소년의 꿈과 엄혹한 현실을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 그리고 독립운동에 나선 사업가의 이야기가 연이어 봄 무대를 장식한다.

지난 2021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모습. 이 작품은 5년만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사진 신시컴퍼니

가난한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다음 달 1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5년 만에 국내 관객을 만난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광부노조가 파업을 벌이던 198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탄광촌 소년 ‘빌리’가 발레를 접하며 꿈을 펼치는 여정을 그렸다. 2000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2005년 영국에서 초연했다. 2008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에 대해 “춤추고 싶은 빌리의 갈망과 그를 꿈으로부터 끌어내리려는 힘의 근원적인 줄다리기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미국 초연 이듬해 미국 공연 분야 최고 권위상인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10관왕에 올랐다.

2010년 '빌리 엘리어트' 국내 초연 당시 '어린 빌리'를 맡았던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 임선우(가운데)가 2026년 공연에선'성인 빌리'를 맡았다. 연합뉴스

한국에선 2010년 처음 선보였고 2017, 2021년 재연·삼연 공연을 올렸다. 이번 무대에는 국내 초연 당시 ‘어린 빌리’역을 맡았던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 임선우가 ‘성인 빌리’로 돌아와 작품에 또 하나의 드라마를 더했다. 이 작품 프로듀서인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임선우의 성인 빌리로의 귀환은 빌리의 성장이 현실에서 증명된 기적 같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2016년에 태어난 조윤우부터 1942년생 박정자까지 다양한 세대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7월 26일까지 이어진다.

폴란드 출신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삶을 그린 뮤지컬 ‘렘피카’는 오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한국 초연 무대를 올린다. 렘피카는 ‘아르데코(20세기 초 대표 미술 양식)의 여왕’으로 불리지만 러시아 혁명과 두 차례 세계대전이라는 격변의 시대에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했던 인물이다. 이 작품의 김태훈 협력 연출은 “현실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이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예술가로서 스스로 일어서는 렘피카의 여정을 담고 있다”며 “이러한 서사는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도 깊은 공감을 전할 작품”이라고 전했다.

'아르데코의 여왕'으로 불리는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생애를 그린 뮤지컬 '렘피카'의 티저 영상. 오는 3월 21일 국내 초연한다. 사진 놀유니버스

지난 2019년 ‘하데스타운’을 통해 여성 연출자 최초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연출상을 받은 레이첼 채브킨이 연출했다. 이번 무대는 2024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에 이어 미국 밖에서 처음 올리는 무대이기도 하다. 주인공 렘피카는 김선영·박혜나·정선아가 연기한다. 렘피카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라파엘라’ 역은 차지연·린아·손승연이 맡는다. 6월 21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한국 최고 제약 회사 창업인의 드러나지 않았던 면모를 그린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다음 달 16일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유한양행 창업자로 잘 알려진 기업가 유일한 박사의 삶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경영자이면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첩보 작전에 뛰어들었던 그의 ‘이중생활’을 무대화하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유일한의 모습을 조명한다.

2024년 초연 당시 보기 드문 국내 대형 창작 뮤지컬로 주목을 받았다. 한국 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의 시나리오를 쓴 김희재 작가의 첫 뮤지컬 도전작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김희재(극본)를 비롯해 제이슨 하울랜드(작곡), 김태형(연출), 김문정(음악) 등 초연 제작진이 재연에도 참여했다.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후원하는 사업가에서 독립운동가로 변신하는 ‘유일형’ 역에는 초연에 참여했던 유준상과 신성록이 다시 무대에 오르며, 박은태가 새롭게 합류한다. 공연은 7월 5일까지 계속된다.

지난 2024년 초연한 뮤지컬 스윙데이즈의 프레스콜 모습.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모습을 그렸다. 중앙포토

앞서 지난해 말 시작해 올해 초까지 무대를 점령했던 ‘킹키부츠’ ‘비틀쥬스’ ‘물랑루즈!’ ‘슈가’ 등의 쇼 뮤지컬은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들 작품의 공연은 이미 종료했거나 이달 중 마무리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에는 한국에서 비교적 인기가 덜했던 쇼 뮤지컬,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며 “이어지는 봄 시즌은 한국 뮤지컬 팬들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는 서사를 지닌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 교수는 “다양한 장르의 볼만한 뮤지컬들이 관객에게 관심을 받는 것은 향후 보다 실험적이고 참신한 작품이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