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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작전 돕고 드론이 돈 아낀다…'공식' 달라진 이란戰 10일

중앙일보

2026.03.07 23:12 2026.03.0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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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공습으로 시작한 전쟁이 9일로 10일차에 접어든다. 전쟁은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이란의 보복 공습→호르무즈 해협 봉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으로 전선 확장→쿠르드족 개입→미군 공습 강화로 숨 가쁘게 흘러갔다.

장소만 중동일 뿐 걸프전(1991년)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전(2001년)·이라크전(2003년) 등 과거 중동전과 공식이 확연히 달라졌다. 지상군 중심에서 드론·미사일 위주 공중전으로 바뀐 데다, 전선(戰線)이 군사 시설을 넘어 중동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로 확대됐다.
이란의 주력 자폭 드론 '샤헤드-136'. 로이터=연합뉴스

무엇보다 드론을 전쟁에 본격 투입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미국의 압도적인 공군력에 대항하는 이란의 무기가 드론이다. 이란은 대당 3만 달러(약 4400만원)짜리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활용해 적을 상대하는 ‘물귀신 작전’을 편다. 반면 이란 드론을 상대하는 미국의 패트리어트(PAC-3) 요격미사일의 대당 가격은 1350만 달러(약 200억 원) 이상이다. 요격률이 90% 이상이라고 하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는 이란의 완승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계를 느낀 미국도 샤헤드를 모방한 자폭형 공격 드론 '루카스(LUCAS)'를 전장에 투입했다. 로렌 칸 조지타운대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냉전 이후 오랜만에 미국이 적이 만든 무기를 보고 필요하다고 판단해 그대로 만든 사례”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능을 입증한 대(對)드론 요격 시스템 ‘메롭스(Merops)’도 도입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첫 번째 중동전이기도 하다. 하메네이 제거 작전에선 팔란티어가 위성·드론이 수집한 데이터로 실시간 상황판을 제공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은신처와 급습 시점을 제시했다. 미군은 이란 공습 작전 곳곳에서 클로드를 활용해 정보 평가, 목표물 식별, 전장 시뮬레이션 등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의 성격이 단순 군사 충돌을 넘어 에너지 전쟁으로 비화한 것도 차이점이다. 이란은 전쟁 직후부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호르무즈는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에너지 동맥’이다. 이곳을 오가던 유조선의 발이 묶이며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박경민 기자

이란의 포문이 사우디아라비아 정유 시설과 아랍에미리트(UAE) 액화천연가스(LNG) 설비 등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로 향했다는 점에 세계가 경악했다. 블룸버그는 “중동의 핵심 에너지 자산(Key Energy Assets)이 공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주변국 다수를 무차별 타격하는 배경에 대해 “전선을 최대한 넓혀 미국과 동맹국에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부과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전쟁 명분도 약하다. 과거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은 UN(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받거나, 9·11 테러에 대한 자위권 발동이란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갖췄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안보리 결의는 물론 미국 의회 승인도 없이 시작했다. 대규모 연합군이 참전한 과거 중동전과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NYT는 “유럽 각국이 여론의 비판과 외교 역풍에 직면하는 등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고 짚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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