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을 전격 결정한 배경에는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의 집요한 로비가 있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에서 가장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는 군사 행동, 이란 공격을 하도록 그렇게 집요하고 효과적으로 주장한 사람은 그레이엄 의원 말고는 거의 없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매파 인물로,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 등 미국의 대외 군사개입을 꾸준히 지지해 왔다. 특히 친(親) 이스라엘 성향으로 “나는 오래전부터 이란의 정권 교체를 원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수개월 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공습의 당위성을 꾸준히 설득했다. 이미 2025년 1월 2기 행정부가 시작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칠 때 이란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는 그레이엄 의원은 이후 전화 통화, 골프 회동, 백악관 직접 방문 및 보좌진 압박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란 공습을 로비했다. “이란은 중동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입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백악관의 한 보좌관은 그레이엄 의원에 대해 “짜증나는 미친 삼촌(annoying crazy uncle)”이라면서 비난을 퍼부었다고 WSJ이 전했다. 그레이엄 의원이 백악관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클럽에도 계속 나타나 보좌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 공습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 바깥에서도 치밀하게 움직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직접 통화해 행동을 촉구하는 한편, 이란 공습 몇 주 전부터 이스라엘을 수차례 방문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계자들과 접촉했다고 한다. 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도 접촉해 곧 이란 공습이 있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그는 트럼프를 심리적으로 자극하고 부추겼다. 그레이엄 의원은 WSJ에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대표적인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며 이란의 위협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란은 지금 약해져 있다”며 “지금이 (이란을 공격해) 역사를 만들 순간”이라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 욕구를 자극했다고 털어놨다. “공화당의 다른 대통령이었다면 이란 작전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계속 상기시켰다고도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동 지역에서의 추가 군사작전을 제안한 상태라고 한다. 그는 “레바논에 있는 이란 및 헤즈볼라 세력 공격을 제안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레바논 추가 군사 개입과 쿠바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와 논의 중이며 곧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WSJ은 “일부 민주당 의원, 심지어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서도 그레이엄 의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레이엄 의원이 상황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계획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중동 전쟁 한 가운데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팀 버쳇 공화당 하원의원은 “그레이엄은 주먹다짐하는 것만 보면 그걸 폭격 작전으로 확대시키고 싶어한다”고 꼬집었다. 보수 성향 팟캐스트 진행자 메긴 켈리는 “이란 공습은 그레이엄 등 친이스라엘·대(對) 이란 강경노선을 지지하는 이들이 원한 전쟁”이라며 “우리를 이 전쟁으로 밀어 넣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