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공소청법 정부안이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의 반발로 막판 산통을 격는 와중에 나온 이재명 대통령 메시지가 지지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밤 X(옛 트위터)에 “모든 공적 현안을 결정할 때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고, 대세에 지장이 없는 한 조정하고 타협하는 이유는 모든 의견이 나름의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나의 의견만이 진리이자 정의이고, 너의 의견은 불의이고 거짓이라는 태도는 극한적 대립과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통령이 되기까지 가졌던 이상이나 가치, 약속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겠지만,
대통령이 되고 집권 세력이 되었다고 마음대로 다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제일 큰 책임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한쪽을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된 순간부터 국민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동일한 양의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장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충분한 입장과
주장하는 만큼의 대안을 내고 그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은 또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한만큼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공인은 공정한 제3자의 시각과 냉철한 이성으로, 국가와 국민 최대 다수에게 최대의 행복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찾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3일 정부가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중수법·공소청법 정부안에 민주당 강경파가 연일 반발하는 가운데 나왔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6~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7건의 글을 올려 공소청법의 ▶상명하복 규정 ▶검사 직무의 위임 이전·승계 조항 ▶검찰총장 명칭 ▶특별사법경찰관 지휘·감독권 등을 문제로 꼽으며 “검찰청법이 타이틀만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김용민 민주당 법사위 간사도 7일 저녁 “이번 정부의 공소청법은 기존 검찰청법을 공소청으로 이름만 바꾼 수준이고 심지어는 기존 보다 권한을 확대하기도 했다”며 “검찰청이 폐지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X 메시지에 대해 8일 “대통령의 평소 정치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원론적인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역시 해당 글에서 특정 사안을 거론하지 않았고,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곧장 이 대통령 메시지를 공유한 뒤 “AI, 에너지, 과학기술, 인구 분야 발전을 위해 열심히 매진하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일부 강성 지지층은 이 대통령의 X 메시지에 “공소청이 도로 검찰청 된 게 대통령 의중인가” “검찰 개혁 배신자” 같은 비판 댓글을 달았다. 반대로 “다수 국민들은 이 대통령을 적극 신뢰한다. 소신대로 해달라”라거나 “(법사위 강경파는) 쇼츠 정치에 물들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법안만 주장한다” 같은 정부안 지지 댓글도 달렸다.
입법 논의의 키를 쥔 민주당 지도부는 “입법권은 당에 있다”며 원만한 해결을 다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8일 기자회견에서 당내 이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없다”며 “요란하지 않게 물밑에서 잘 조율해서 잘 될 것이라고 본다. 당 대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정 대표는 중수청·공소청법정부안에 대한 찬성 당론에 대해선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은 법사위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여지를 뒀다. 그간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정부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대폭 수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안은 지난 1월 입법예고안에서 이미 법사위 의견을 대폭 반영해 수정한 것”이라며 “단순한 체계·자구 수정을 넘어선 근본적인 내용 수정을 시도할 경우 적잖은 파문이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