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셔틀콕 여제의 시대, 이제는 독주가 아니라 신화다!" 여자 배드민턴 세계 랭킹 1위 안세영(24, 삼성생명)이 127년 역사의 전영오픈을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고 있다. '최대 난적'이라 불리던 천위페이(중국)마저 역전극으로 집어삼키며 공식전 36연승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써 내려갔다.
안세영은 8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슈퍼 1000)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세계 3위 천위페이를 상대로 2-1(20-22, 21-9, 21-12)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의 결승전이자 배드민턴계의 '엘 클라시코'로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통산 전적 14승 14패로 팽팽하게 맞서던 두 선수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시작은 불안했다. 1게임에서 안세영은 천위페이의 날카로운 공격에 고전하며 16-20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특유의 뒷심으로 20-20 듀스까지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샷이 라인을 살짝 벗어나며 게임을 내줬다. 평소라면 흔들릴 법한 상황이었지만, 현재의 안세영은 '멘탈 끝판왕'이었다.
2게임부터 안세영의 '괴물 모드'가 발동됐다. 초반 팽팽하던 랠리 싸움에서 안세영은 지치지 않는 발놀림으로 천위페이를 코트 구석구석으로 몰아넣었다. 9-8 상황에서 안세영은 무려 7연속 득점을 뽑아내며 천위페이의 의지를 꺾어놓았다.
3게임은 안세영의 독무대였다. 이미 체력이 바닥난 천위페이는 안세영의 변화무쌍한 스트로크를 따라가지 못했다. 안세영은 1시간 13분의 혈투를 2-1 승리로 장식하며 마침내 천위페이와의 상대 전적에서 15승 14패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숙적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진정한 포식자로 거듭난 순간이다.
이제 안세영 앞에는 단 한 명의 적, 왕즈이(중국·세계 2위)만이 남았다. 왕즈이는 4강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를 2-0으로 꺾고 올라왔다. 이번 결승은 지난해 전영오픈 결승의 '리매치'다.
상황은 안세영에게 매우 유리하다. 안세영은 왕즈이와의 상대 전적에서 18승 4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최근 10번의 맞대결에서 10전 전승을 기록 중인 '천적'이다. 왕즈이 입장에서는 안세영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다시 서게 된 셈이다.
만약 안세영이 결승에서 승리한다면, 1899년 시작된 전영오픈 127년 역사상 한국 남녀 선수를 통틀어 최초로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아울러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방수현'이라는 전설을 넘어 새로운 배드민턴 여제로 우뚝 서게 된다.
36연승의 기세를 몰아 안세영이 버밍엄 하늘 아래 다시 한번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을까. 전 세계 배드민턴 팬들의 시선이 '셔틀콕 여제'의 마지막 승부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