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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패트리엇 중동전 '영끌'…사드까지 반출 땐 방공망 차질

중앙일보

2026.03.08 03:10 2026.03.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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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이란 작전인 ‘장대한 분노’에서 천문학적인 요격 미사일 소모전 양상이 본격화하면서 주한미군 자산의 중동 차출이 현실화했다. 이미 패트리엇 발사대 등의 반출이 시작된 데 이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도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한반도의 방공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탬파의 중부사령부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8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미 군 당국이 이날을 전후해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발사대·요격 미사일과 기타 공격용 미사일을 외부로 이전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주한미군 소속 패트리엇 포대는 총 8개로, 각 포대는 6~8기의 발사대와 다기능 레이더, 교전 통제소, 요격 미사일 재고와 운용 병력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이란의 핵 시설 공습 작전인 ‘한밤의 망치’를 위해 2개 포대가 중동으로 이전할 땐 500여명의 병력이 순차 이동했다. 다만 이번엔 발사대·요격 미사일 위주로 먼저 이동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탄 수급이 그만큼 급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이전 배치됐던 2개 포대 가운데 1개 포대는 한반도로 복귀했고, 나머지 1개 포대는 현지에 남아 있다. 한국에 있는 7대 포대 중 1~2개 포대 분량의 발사대·요격 미사일이 또 빠져나간다면 일부 전력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미군은 이와 관련 “우리는 한반도에서 강력하고 준비된 전투 수행 능력을 갖춘 전력 태세를 유지하는 데 계속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 방위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특히 촉각을 기울이는 건 사드 체계도 반출될 지 여부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 내부에서 관련 검토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5일 경북 성주군의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패트리엇과 사드는 ‘장대한 분노’에서 미 측 주요 투입 자산 가운데 상위 목록에 올라 있다. 현재 이란 사태에서 미국은 크게 세 개의 축 위주로 전력을 투입하고 있다. ▶구축함 발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원거리 정밀 타격(standoff·스탠드오프) 무장 ▶패트리엇·사드, SM-3 해상 요격 미사일 등을 통한 중동 내 미군 기지 19곳에 대한 직접 방어 ▶이란에 대한 전술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광역 방어 등이다.

이와 관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군이 이번 작전에서 개전 100시간 내에 사드 24발, SM-3 24발, SM-2·6 96발, 패트리엇-3 MSE 64발을 소진한 것으로 분석했다. 사드 1개 포대는 6기의 발사대로 구성되며 발사대당 8개의 발사관이 있다. 산술적으로 1개 포대가 구비하는 최소 미사일이 48발이란 점을 고려하면, 그 절반을 이미 썼다는 뜻이다. 특히 CSIS는 미 전쟁부의 조달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미군이 보유한 사드 미사일의 총 재고를 534발로 추정했다. 이후 ‘한밤의 망치’ 작전과 관련해 사드 재고를 20%~50%를 소진했을 수 있다고 봤다.

사드는 미사일 1기당 150억원이 넘고, 함대공 요격 미사일인 SM-3는 300억~400억원 수준이다. 보통 1기의 탄도미사일을 저지하기 위해 요격 미사일 2발을 쏘는데, 이란이 미사일 1기로 미국의 고가치 자산을 노릴 때마다 미국은 300억~800억원의 요격 미사일을 소진한다는 뜻이 된다.
지난 3월 1일(현지시간)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토마스 허드너(DDG 116)가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토마호크 함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미 중부사령부=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 작전이 “4~6주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는데, 결국 요격 미사일의 재고량에서 싸움의 장기적 승패가 판가름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이란의 미사일 재고량 추정치는 2000기~6000기로 다양하지만, 개전 초반 이란의 미사일 소진율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 행정부가 사실상 전세계 주둔 미군 자산을 동원 대상으로 보고 ‘영끌’을 시도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반도에 비축된 사드·패트리엇 재고도 동원의 대상이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주축은 이미 국산 요격 체계인 천궁-I·II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공군도 패트리엇 8개 포대를 운용하는 만큼 주한미군의 패트리엇이 일부 빠진다고 우리 방공망 대응에 즉각적인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드는 다르다. 다층 방공망을 짜는 데 있어 아직까지 대체 불가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천궁과 패트리엇은 15~40㎞ 이상 중·하층 요격 체계이고, 사드는 40~150㎞의 고고도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을 시도한다. 현재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1개 포대 가운데 발사대 일부나 요격 미사일이 외부로 빠져나갈 경우 고고도 방어는 단번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한국형 사드’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블록-I(40~60㎞에서 방어)의 전력화는 내년 하반기에야 이뤄진다. 100㎞ 이상 방어 체계인 SM-3는 도입 계획 단계이고, L-SAM-II는 최근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사업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 하며 도입 시점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미 중부사령부가 밝힌 '장대한 분노' 투입 주요 전력. 패트리엇·사드 체계가 상위 목록에 올라 있다. 미 중부사령부 X 캡처.

이는 이번 사태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규모 및 역할 변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전략적 유연성’ 적용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도 맞물린다. 특히 사드는 도입 과정에서 국내 여론이 갈라지고 중국의 경제 보복까지 이어지는 등 정치적 상징성 또한 작지 않다. 사드가 실제 차출된다면 한·미 동맹의 이상 신호로 읽힐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군의 사드 재고가 중동에서 상당량 소진된다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재고를 즉각 보급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라며 “김정은이 미국의 군사 개입 의지보다 개입 능력 자체를 의심하게 되면 과감한 저강도 도발이나 국지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커진다”고 짚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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