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요미' 양효진(37)이 정든 배구코트를 떠난다. 은퇴식에서 눈물을 보인 그는 기자회견에선 "결혼식 때도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현대건설은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가 끝난 뒤 양효진의 은퇴식을 거행했다. 2007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양효진은 올 시즌까지 19년을 한 팀에서 뛰면서 통산 566경기에 출전해 2176세트에 나가 8392득점을 기록했다. 블로킹도 1744개로 1위에 올라 있다. 양효진이 뛰는 동안 현대건설은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시즌에서도 두 번이나 1위에 올랐다.
은퇴식을 마친 양효진은 "그동안 은퇴식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신경이 쓰였다. 어젯밤에는 날을 샐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며 "사실 은퇴를 한다고 선언했을 때 실감이 안 났다. 구단, 감독님, 선수들에게 알릴 때도 마음이 홀가분했다. 막상 은퇴식을 한다고 하니, 중요한 경기라 복합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구단은 지난 시즌 코트를 떠난 김연경처럼 은퇴 투어를 제안했지만, 양효진은 사양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미리 알리기가 싫었다"고 했다.
경기 직후까지 눈물을 참았던 그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양효진은 "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연경 언니, (신)영석 선수, (김)다인이, 감독님 얼굴을 보는데 그동안 같이 보낸 시간과 힘들었던 것. 즐거웠던 것 등이 머리 속으로 지나갔다. 울지 않으려고 그랬는데"라고 했다.
양효진은 19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그는 "신인 때 상을 많이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음엔 기록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최고 연봉을 받고 싶다는 생각, MVP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그런데 마지막엔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에겐 거미손, 블로퀸, 효진건설, 양뽕, 연봉퀸 등 수많은 별명이 붙었다. 가장 아끼는 별명을 묻자 "거요미(거대 귀요미)"라고 꼽으며 "런던(올림픽을) 갔다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별명이 붙었다. 어린 나이였는데 팬분들이 많이 유입됐다"고 머쓱해했다.
양효진은 실력 뿐 아니라 팀에서 귀감이 되는 선수였다. 앞으로 나서진 않아도 조용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는 "성격상 후배들에게 따로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제가 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웠다고 이야기해줘서 고마웠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동료들에게 고마움도 표현했다. "이제는 기록을 세워도 (기준을 넘겨서)기록상을 받지 못한다. 상을 못 받은지 오래 됐다. 그런데 후배들이 갑자기 이벤트를 하고 선물을 해줘 고마웠다"고 했다.
사실 은퇴를 고민한 건 꽤 됐다. 양효진은 "4년쯤 전부터 앞으로 1, 2년 하면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도 이 정도 하면 은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잘 하는 위치에서 그만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지금 정도면 은퇴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다만 미련이 너무 남아서 그만두는 데 용기가 필요하더라"며 "구단에서도 1년을 더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해줬다. 1년을 더 한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향후 계획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양효진은 "다른 일을 할지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주위에서 조언을 많이 들었는데 여러 가지 제안이 오면 경험해보고 싶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만 하고 살았는데 경험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1년 먼저 은퇴한 김연경은 아끼는 후배인 양효진이 좀 더 배구를 하길 바랐다. 양효진은 "언니는 계속 하라고 했다. 지난해 은퇴 생각을 얘기했더니 이렇게 끝나는 건 너무 아쉽다고 했다. 경험자로서 혼자 생각해서 내리는 결단보다 마무리를 잘 하는게 나한테도 훨씬 좋고, 소중한 순간이 된다고 조언해줬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가까운 남편의 생각은 어땠을까. 양효진은 "남편은 저랑 성격이 반대여서 이번에도 본인의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나, 은퇴할까'라고 물어보면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라. 섭섭하긴 했는데. 내가 결정할 걸 알아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