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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땡큐 강훈식" UAE 탈출 전세기 띄운 한밤 통화

중앙일보

2026.03.08 13:00 2026.03.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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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비서실장이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UAE체류 국민 귀국 지원과 원유 확보와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발이 묶인 한국민의 귀국을 지원하기 위한 전세기 운항에 양국이 합의한 데는 최근 ‘방산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했던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축한 핫라인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외교장관 간 통화에서 UAE 측이 강 실장에게 각별한 사의도 표명했다고 한다.

8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5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부총리 겸 외교장관의 통화에서 압둘라 장관은 강 실장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강훈식 실장에게 특별히 감사한다”는 뜻을 전했다. “강 실장이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에게 전한 위로의 말씀과 방산 협력에 대한 의지가 우리에겐 큰 힘”이란 취지로 말하면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통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당시 통화는 전세기 임차 문제 논의차 밤 10시30분쯤 급하게 성사됐다. 강 실장은 이에 앞서 오후 9시쯤 칼둔 청장과 직접 통화했는데, 압둘라 장관이 이를 언급한 것이다.

미국의 대이란 공격에 이란이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기지를 타깃으로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걸프 국가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UAE도 국제공항과 주택가 등 민간 핵심 시설까지 전방위 공격을 받았다.

이에 강 실장은 통화에서 UAE 측에 정부 차원의 위로를 전하는 한편, 우리 국민의 안전한 귀국과 에너지 수급에 대한 협조를 각별히 당부해 칼둔 청장의 긍정적인 답을 끌어냈다고 한다. 이후 조 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아 압둘라 장관과 실무 협의를 마무리하며 당일 밤늦게 UAE발 전세기 운항을 확정 지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저녁 우리 국민 372명이 에미레이트 항공편으로 1차 귀국한 데 이어, 8일 오후 5시 35분께(한국시각) 아부다비에서 에티하드항공 전세기가 추가로 이륙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UAE 내 대체 항만 물량 400만 배럴과 국내 공동 비축 물량 200만 배럴 등 총 60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확보하는 합의도 이뤄져 강 실장은 이런 소식을 직접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알렸다.
이처럼 외교 장관 간 공식 통화에서 대통령의 국내 정무를 보좌하는 역할인 비서실장을 거론한 것은 흔치 않은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강 실장과 칼둔 청장 간 핫라인이 작용해 신속한 공조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24~26일 강 실장은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UAE를 찾아 칼둔 청장과만 세 차례 회동했다. 25일 업무 회의는 당초 예정됐던 두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동안 이어지며 밀도 있는 협의가 이뤄졌다. 이어 같은 날 저녁 라마단 기간의 저녁 식사 ‘이프타르’를 함께 하며 강 실장은 직접 준비해 간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를 후식으로 내면서 친교를 다졌다고 한다.

그간 일각에선 비서실장이 직접 등판하는 ‘방산 특사 외교’에 대해 적절성 논란도 제기됐다. 그러나 강 실장 귀국 직후 이란 사태가 발생하고, 방산 협력 회동이 핫라인 가동으로 이어지면서 중동발 리스크 관리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주한 이란대사관이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정부로서도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오른쪽). 사진 강훈식 실장 페이스북 캡처
양측의 협력 이면에는 UAE의 급증한 방위산업 수요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이란의 드론, 미사일 공격으로 역내 방공망 확충이 시급해진 UAE는 한국 측에 사전 계약된 천궁-Ⅱ 물량의 조기 인도와 빠르게 소진하고 있는 요격미사일의 조기 공급을 요청했다. 한국의 에너지 수급 및 국민 안전 확보와 UAE의 방공망 강화라는 양국의 핵심 안보 수요가 맞물리면서 협력이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강 실장도 6일 브리핑에서 “원유 긴급 도입은 양국 간 전략경제협력의 결실”이라며 “우리의 방공 시스템인 천궁-II가 UAE 안보를 지키듯이 UAE 원유가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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