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후보 등록 시한이 끝난 뒤에도 등록하지 않았고, 나경원·신동욱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6·3 지방선거가 석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진퇴양난의 수렁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 등록 마감일인 8일 오후 6시까지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전날 “우리 당 후보들이 장동혁 대표를 향해 절규하고 있다”며 공천 접수 연기와 끝장 토론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장 대표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불출마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반기를 든 것이다. 서울시는 오후 6시 20분쯤 입장을 내고 “당 노선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오 시장 입장엔 변함이 없고, 당 지도부와 의원의 응답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오 시장 측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번지는 장동혁 지도부에 대한 거센 반감은 현장을 한 번이라도 둘러본 사람은 누구나 다 안다”며 “하지만 장 대표가 절규를 외면하고 있으니 아무 일 없다는 듯 후보 등록을 할 순 없다”고 밝혔다. 반면 당 관계자는 “당이 본격적인 선거 모드로 들어섰는데 오 시장이 계속 발목 잡고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같은 날 오 시장의 경쟁자로 거론되던 인사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오전 10시 40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잠시 멈춰 서서 당에 헌신하는 길을 찾는 것이 옳다는 결론”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나경원 의원도 오후 5시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백의종군한다”며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고심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마평이 나오던 안철수 의원도 이날 후보 등록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한 건 윤희숙 전 의원과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 둘 뿐이다. 지난달 11~13일 SBS가 입소스에 의뢰해 서울시민 804명을 상대로 진행한 무선 전화면접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 지지율은 23%, 정원오 전 서울 성동구청장 19%, 나 의원 9% 순이었고, 안 의원 5%, 신 최고위원 2%, 윤 전 의원은 1%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 후보 등록 기한은 5월 14~15일이지만 경선 등을 거쳐야 하는 각 정당에선 통상 이보다 일찍 후보 등록을 마감한다. 단 정당이 정한 후보 등록 기한에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에 이날 국민의힘 내부에선 “아무리 당이 막장으로 가더라도 설마 오 시장 없이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겠나. 어떻게든 수습될 것”(3선 의원)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정현 당 공천관리위원장도 “지역 상황이나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기한 연장은 가능하다. 공관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7시쯤 공관위는 “오후 10시까지로 접수 기간을 연장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 대표와 가까운 의원은 “오 시장에게만 원칙을 예외 적용할 수가 있나. 설사 나중에 오 시장에게 길을 열어주더라도 양해를 구해야 할 쪽은 장 대표가 아니라 오 시장”이라고 했다. 양측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오 시장 없이 서울시장 경선 및 본 선거를 치르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당내에선 무력감과 우려가 동시에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불출마·미등록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 수도권이나 격전지 기초의원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선거 물 건너갔다’는 곡소리가 나온 지 오래”라고 했다. 부산 지역 의원은 “주말 간 당이 완전히 뒤집어졌는데, 장 대표가 보이질 않는다. 이 정도면 외면이 아니라 방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