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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갈등 키우고 하청업체 소외될 우려…'노란봉투법'의 역설

중앙일보

2026.03.08 13:00 2026.03.0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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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진보당 등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입법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오는 10일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두고 노노(勞勞)갈등 확산, 하청업체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에 따르면 원청노조와 하청노조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교섭창구를 형성하게 된다. 앞으로 원청업체로선 원청노조, 하청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원·하청노조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재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하청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리후생을 늘릴 경우 원청 근로자 몫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전KPS 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정부가 한전KPS 하청 노동자 600여명에 대해 직접 고용 의사를 밝히자 반발하기도 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청노조 입장에선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 수 있으니 하청노조와 함께 행동할 이유가 없다”며 “원·하청 격차 해소라는 정부의 목표가 달성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청노조 간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청노조의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가 원칙이지만, 근로조건·고용형태·상급단체 차이 등을 이유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는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는 요건이 너무 간단해서 거의 개별교섭하는 수준”이라며 “하청노조끼리도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노조원 확보 경쟁을 하면서 교섭단위도 쪼개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청업체와 하청노조 간 교섭과정에서 정작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인 하청업체가 논의에서 배제될 우려도 있다. 이정 교수는 “예를 들어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임금과 성과급을 올려주기로 약속하고선, 결국 하청업체가 인상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원청이 도급대금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압력을 가하면 ‘을’인 하청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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