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열린 기념 공연에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참석해 “사회주의 발전에서 여성들의 책임과 역할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이 국가적인 명절로 기념하는 국제부녀절 행사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여성이지만 유력한 후계자 중 하나로 꼽히는 주애의 입지를 다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9일 전날 김정은이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부녀절 기념 공연에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참석했다고 전했다. 특히 신문은 주애의 참석 소식을 전하면서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매체들은 주애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고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최근 열린 9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여성들의 수고를 새삼 알게 됐다면서 “우리 여성들은 이 나라를 보다 화목하고 부강하게 하는 데서 큰 역할을 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여성들 특유의 힘과 재능 그리고 더없이 고결한 자기희생적인 헌신으로써 우리 혁명이 더욱 빨리 전진하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식 사회주의 사회발전에서 그리고 사회의 크고 작은 많은 문제들을 올바로 해결해 나가는 데서 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책임과 역할은 그 무엇으로써도 대신할 수 없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주애가 김정은과 이설주 부부 사이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김정은과 주애가 손을 깍지 낀 채 다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또 관람석 첫 줄엔 북한 내 여성 권력의 선두 그룹 격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최선희 외무상, 이춘희 조선중앙TV 아나운서 등이 앉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4대 세습에 의한 ‘여성 권력’의 탄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주애를 계속 노출시켜 어린 여성 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줄여보자는 판단이 깔렸을 수 있어서다.
이론적으로는 여성이라 해도 주애의 권력승계가 불가능하지 않다. 북한의 후계 문제를 설명한 『후계자 문제의 이론과 실천』(김재천, 평양: 출판사 불명, 1989년)에선 “수령의 후계자는 어디까지나 인물을 본위로 하여 선출해야 한다”라며 “남성이건 여성이건 청년이건 장년이건 관계없이 특출한 인물이면 후계자로 선출될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다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아직 '봉건적 남존여비 인식', '가부장적 문화' 등이 팽배해 있다는 게 탈북민들의 대체적인 증언이다. 북한 내 유리 천장도 아직 공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폐막한 9차 당대회 구성을 보면 5000명의 당대표자 가운데 여성은 413명(8.2%)에 불과했다.
권력의 핵심으로 들어가 보면 여성의 비중은 더 급격하게 떨어진다. 노동당 정치국 위원 중엔 최선희 외무상이, 후보위원에선 김여정이 각각 유일한 여성이다. 이는 북한에서 여성의 역할과 지위가 아직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정보기관에서 주애가 후계자 내정 단계에 들어갔다는 판단을 내놨지만 그가 놓여있는 정치·사회적인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애의 등장은 김정은이 4대 세습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는 후계 환경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